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배트맨’은 공휴일인 3·1절 오전 실시간 예매율이 70%대로 치솟으며 사전 예매 티켓만 11만장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상황임을 고려하면 DC코믹스 터줏대감 배트맨의 자존심을 구기진 않은 세대교체다.
그러나 ‘더 배트맨’이 경쟁사 마블 코믹스 막내 스파이더맨의 최신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올겨울 거둔 팬데믹 이후 최고 흥행성적(752만 관객)을 따라잡을지는 미지수다. 화려한 슈퍼 히어로 액션보단 세태 풍자적인 탐정 느와르 분위기가 강한 데에 호불호가 나뉘고 있어서다.
인간적인 배트맨 VS 루즈하다
극 중 가상 도시 고담 시엔 1960년대 조디악 킬러 같은 실제 연쇄 살인마, 부패 정치권 및 경찰, 마피아 범죄, 폭동과 약탈 등 미국의 어두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불어넣었다. 배트맨은 억만장자 상속자 ‘브루스 웨인’이란 신분을 감추고 자경단 활동 2년 차에 접어든 초짜로 그렸다. 어릴 적 괴한에 부모를 잃은 그가 분노를 주체 못 하는 거친 모습, 불완전한 수트‧무기 등 시행착오를 부각했다.
기존 배트맨과 차별화엔 성공했지만, 액션의 쾌감은 부족하다는 게 주된 평가다. 메가박스 예매앱 실관람평에도 “인간적인 배트맨” “분위기와 사운드로 압도하는 웅장함” “현실적이고 새롭다” 같은 호평과 “늘어진다” “'다크 나이트(크리스토퍼 놀런 감독판 ‘배트맨’)'가 명작이었다” 등 아쉬운 반응이 엇갈린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언론·평단 신선도는 5일 기준 85%. ‘배트맨’ 극장판 실사영화론 조커 역의 히스 레저가 코믹스 캐릭터 최초 아카데미 연기상(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다크 나이트’(2008)의 94%, 그 후속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의 87%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다만, 긍정적인 리뷰에도 “너무 길다”(리틀 화이트 라이즈)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1일 한국서 최초 개봉 '더 배트맨'
2년차 배트맨의 느와르풍 176분
"인간적·웅장"vs"늘어진다" 엇갈려
할리우드 대작 길어지는 이유는…
3시간짜리 배트맨, 블록버스터 길어진 이유…
할리우드 현지에선 긴 영화가 최근 대작들의 추세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왜 요즘 영화들은 이렇게 길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배트맨‧스파이더맨 신작과 더불어 지난해 개봉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SF ‘듄’(155분), 마동석의 마블 히어로 진출작 ‘이터널스’(155분) 등을 사례로 들었다.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은퇴작인 첩보 액션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장장 163분 상영시간 탓에 “소변 볼 시간도 없다(No Time to Pee)”(인디펜던트)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거장들도 가세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해 152분짜리 중세 사극 액션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 이어, 올해 구찌 가문 실화를 그린 158분짜리 ‘하우스 오브 구찌’를 선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156분에 달했다.
OTT·시리즈물 급부상, 스펙터클 경쟁
‘더 배트맨’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열어젖힌 리브스 감독은 “이 영화의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 세계는 엄청나게 방대하게 느껴졌다”고 밝힌 터다. 이처럼 속편을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쌓아가는 시리즈물 제작이 활발해진 것도 상영시간 확장 요인으로 꼽힌다.
시간 제약이 없는 OTT 전용 영화들도 평균 상영시간을 밀어올렸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은 상영시간이 209분, HBO맥스가 출시한 감독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242분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