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기의 연령별, 상황별 연금 설계
나쁜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빨리 받을수록 유리하다. 가입자 수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반면 수급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각기 다른 정책을 내놓는 대선후보들조차 국민연금법 개정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미 수령 중이거나 곧 수령 예정인 60대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들에게 노후를 위한 든든한 안전판이다.
그러나 스스로 ‘낀 세대’로 표현하는 60대의 은퇴준비는 다른 세대에 비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어떻게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는 은퇴 직전의 60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를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바로 전략적 자산배분에 따른 ‘장기투자’, ‘주택연금’ 그리고 ‘인출전략’이다.
◆장기투자=“이제 곧 은퇴를 해야 하는데 투자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고 의아해할 것이다. 그런데 당장이 아닌 75~80세에 들어갈 생활비는 앞으로 투자기간이 최소 15년 이상 남아 있는 ‘필요’ 자금이다. 기존의 금융관행에 따르면, 은퇴시점이 되면 대부분의 자산을 채권형으로 편입해 ‘은퇴자금이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식의 자산배분안이 선호된다. 그러나 75세 이후에나 필요한 자금까지 손해 보면서 가만히 놔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 탓인지 최근 TDF(Target Date Fund)의 성장세가 무섭다.
◆주택연금=전략적 자산배분을 통해 효율적으로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퇴생활비가 부족할 수 있다. 60대와 같이 은퇴 상태이거나 바로 닥칠 현실이라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은퇴자를 위해 평생(또는 일정기간) 주택담보대출 방식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부부 중 1명이 만 55세 이상이며,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가 그 대상이다.
연금을 수령하다가 가입자인 주택소유자가 먼저 사망해도 남은 배우자는 동일한 조건으로 계속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물론 가입자 사망시점 6개월 이내 채무 인수와 함께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돼야 한다. 가능하다면 주택소유자는 자신의 사망 이후 배우자를 포함해 상속인 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살고 있던 집이 재건축을 하거나 이사를 하게 되더라도 조건만 충족한다면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인출전략=연금수령 방법은 은퇴를 앞둔 60대에게 가장 궁금한 것들 중 하나이다. 여기에 질문이 하나 더 있다. 당장에 수령하는 연금 외 남은 자금은 계속 운용을 해도 되는지다. 연금수령이 시작되면 해당 연금을 계속해서 운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본인이 연금을 받으면서 계속 자금을 운용하고 싶다면 연금저축펀드와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를 활용하면 된다. 두 계좌는 연금수령 중에도 계속 운용이 가능하다.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신탁은 연금저축펀드로 이체한 후 수령연금 이외의 자금을 운용을 할 수 있다. 연금보험은 조금 더 복잡하다. 제도상 계좌이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속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해당 상품을 해지해야 한다. 당장 수령할 연금은 연금보험을 통해 연금으로 수령하고, 잔여부분만 해지해서 TDF와 같은 상품을 통해 계속 운용할 수도 있다. 필자가 운영 중인 마이머플러에서도 전체 은퇴기간을 총 3기로 구분해 연금을 바로 수령해야 할 기간과 계속적인 운용이 가능한 자금을 구분하여 설계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상태로 은퇴를 맞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재원과 시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물려줄 필요가 없는 보유주택은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인출전략을 잘 짜고 남은 기간 전략적으로 연금을 운용하면 연간 수백만 원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우리가 얼마나 살지 알 수는 없지만, 은퇴기간 동안 얼마의 재원을 마련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