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 10주기 추모대회때 14번째에 비해 여섯 계단 상승한 자리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신처럼 여기는 김정일 위원장의 행사여서 당과 정부, 군의 주요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며 "북한은 각종 행사 때 서열 순서로 호명하고 있는데 두 달 전 중앙추모대회 때와 유사한 간부들이 참석했음에도 김여정의 호명순서가 빨라진 배경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상학, 오수용, 태형철, 정경택 등 4명의 정치국 위원이 이날 참석자 명단에 없어 자연스런 순위 상승일 수도 있지만, 두 달 전 김여정 보다 앞섰던 오일정은 이날 뒤로 밀렸다. 김여정은 30명 안팎의 정치국 성원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위상을 과시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백두산을 중심으로 항일무장투쟁을 벌이고, 김정일 위원장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소백수의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백두산을 혁명의 성산(聖山)으로 삼고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부터 삼지연을 혁명의 성지(聖地)로 여기고 있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 80회 생일 행사를 연 셈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민족 최대의 명절로 꼽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대대적으로 경축하고 싶었겠지만, 현실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이런 현실을 반드시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말 영하 40도의 백두산을 찾은 뒤 자력갱생을 통한 돌파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근 대외메시지를 아끼고 있는 북한이 영하 30도의 삼지연 기념 행사뒤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말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지난 6~7일 최고인민회의(정기국회 격)를 하고도 별다른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7차례 미사일을 쏘며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12형을 쏜 뒤 미사일 시위를 멈췄다.
김 위원장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2013년)하는 등 중대한 결단을 앞두고 삼지연을 찾았다. 그는 또 한동안 침묵 뒤 '큰 일'을 벌이는 모습도 보이곤 했다. 공고롭게도 17일 동안 미사일 발사 중단과 삼지연 행사 개최가 겹치면서 김 위원장이 추가 군사행동을 통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