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비싼, 고급 정장과 손목시계로 중무장한 어느 젊은 부자가 사진과 함께 등장해 자수성가 경험담을 전하고 있었다. 사진 속 그가 몸에 두른 명품이 A는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더란다. 나도 언젠간 저 사람처럼 좋은 옷, 좋은 시계를 가져야겠다고 A는 다짐했다. 피천득의 ‘은전 한 닢’ 등장인물처럼 그저 그게 갖고싶었단다. 그렇게 A는 난생처음 공부를 시작했다. 고소득 전문직이 돼 마음껏 명품을 구매할 날을 꿈꾸며.
명품 같은 사람도 더러는 명품 장신구를 갖고싶을 수 있지 않을까. 자기 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쓴다는데 불법적으로 모은 돈만 아니면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유경쟁의 시장경제에서 비난할 일도 아니지 않나. 명품을 갖고서 남을 함부로 깔보는 언행을 한다든지 사회적 민폐를 끼치는 경우라면 비판해야겠지만 오픈런에 나선 이들이 그런다는 보장은 없다.
A처럼 한낱 명품을 자기 발전의 계기나 원동력으로 삼는 경우도 없지 않다. 2011년 국내에도 소개된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의 저자 사토 도미오는 “나한테 과한 물건이라고 여겨 구입을 포기하지 말고 갖고싶은 건 과감하게 탐하라”고 말한다. 갖고싶은 걸 가지려면 부자가 돼야 하니 더 열심히 돈을 모으게 된다는 논리다. 자제력이 부족한 독자한테는 위험한 논리이지만, 향상심이 부족한 독자에게는 도움 되는 말일 수도 있겠다싶다.
사실 MZ세대에게 오픈런은 그래도 제법 정직한 결과물이 기대되는 도전이다. 줄만 서면 어쨌든 매장 안엔 들여보내주고 운 좋으면 원하던 물건을 살 수 있다. 잘만 사면 투자가치도 충분하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많은 수의 MZ세대는 여생을 내내 줄 서도 내 집 안에 못 들어갈 공산이 커졌다. 어쩌면 이들이 체념하고 비싼 외제차나 시계, 핸드백 등에 몰리는 이유다. 그러니 명품 한 닢 정도는 아량으로 봐주면 어떨까.
다시 A의 얘기로 돌아가면, A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결국 A는 소싯적 원하던 옷과 시계를 손에 넣었다. 명품 소비는 거기서 끝내고 지금은 자녀에게 돈 쓰는 재미로 살고 있단다. 그래서 물었더니 A는 손목에 찬 시계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건 죽기 전까지 아들한테도 안 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