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부동산’ 과열 경고등
구글어스를 활용해 현실에 존재하는 부동산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 놨고, 누구든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를 통해 손쉽게 땅을 구매할 수 있다. 가상의 부동산이지만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오르내리고, 실제 거래도 이뤄진다. 어스2에서 지난해 초 100㎡당 4000원가량에 거래되던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는 지난달 말 4만원까지 올랐다. 1년 새 10배 정도 오른 셈인데, 어스2의 최초 분양가는 100㎡당 0.1달러(약 120원)였다. 현재 어스2에서 국내 부동산 가운데 가장 비싼 곳은 청와대 부지로 가격이 2만 달러(약 2400만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올해 4대 플랫폼의 거래 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는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DGB금융그룹은 지난달 ‘어스2’에서 대구 칠성동에 위치한 대구은행 제2본점 건물 부지를 100만원에 매입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회사 건물을 직접 구입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DGB금융그룹 외에도 IBK기업은행이 싸이월드와 손잡고 메타버스 기반 가상 영업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자문사인 리퍼블릭렐름은 430만 달러를 들여 디센트럴랜드에서 섬을 하나 구입한 뒤, 이곳에 별장 등을 지어 분양하기도 했다. 이 또한 가상공간이지만, 이 회사가 내놓은 분양 물량 100개 가운데 90개가 각각 1만5000달러에 팔렸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의 대명사가 된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어 올리면 다른 이용자가 사용하면서 수익이 생기고, 이를 로블록스와 이용자가 나눠갖는 구조”라며 “가상 부동산도 이용자가 구매한 뒤 꾸미는 등 가치를 높여 다른 이용자에게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상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상 부동산을 구입하더라도 아직은 해당 땅에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짓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4대 플랫폼 가운데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디센트럴랜드 뿐이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땅만 보유할 수 있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아직 없다. 로블록스와 같은 생태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셈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산업공학)는 “현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부동산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 도시는 소멸한다”며 “특정 가상공간으로 사람을 불러 모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의 미래를 좌우할 텐데 아직은 대다수 플랫폼이 이런 기능을 개발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른바 ‘폰지 사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유하는 것 이상의 그 어떠한 가치도 없다보니, 더 비싼 가격으로 매수할 사람을 찾지 못하면 투자금을 전액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폰지 사기는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이용해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사기 형태다. 제2의 ‘세컨드라이프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2003년 바짝 인기를 끌었던 가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게임 내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었지만 2009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부동산 소유권도 사라졌다.
게임 사용자들은 투자금을 전액 날린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과거 세컨드라이프가 문을 닫았던 이유는 신규 유저가 더 이상 유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 각광받는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대다수는 신규 이용자가 유입되지 않으면 투자한 돈이 증발할 수 있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하면 지금으로선 피해를 구제받을 방안이 없다. 윤주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각광받는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디지털 콘텐트에 대한 소유권 개념이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법적으로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