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보호 단체가 2019년 6월 음식 쓰레기의 사료 이용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인간이 먹고 남긴 음식을 개·돼지 등에 먹이는 건 동족의 살을 먹이는 비윤리적 행위일 뿐 아니라 위생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 "요즘 음식 쓰레기로 사료나 퇴비를 만들어봐야 돈 못 벌죠." 12일 경기도에서 음식물 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음식 쓰레기로 만든 사료·퇴비가 인기가 없어 창고에 쌓여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쪽에선 동물 학대라 비판하고, 다른 쪽에선 팔리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국내 음식 쓰레기 재활용의 현실이다. 음식 쓰레기를 철저히 분리 배출하고 있지만 자원화의 그늘이 있다.
하지만 복잡한 공정을 거쳐 퇴비나 사료를 만들어도 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26만3669t의 음식 쓰레기가 재활용됐다. 이렇게 재활용된 제품 중 판매된 건 3만2729t(12.4%)에 그쳤다.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사료는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거부감이 강한데다 위생 우려, 동물 학대 이슈가 문제다. 돼지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2019년부터 음식물로 만든 사료가 사라졌다. 닭도 조류인플루엔자(AI)때문에 수분 함량이 높은 사료를 제공할 길이 막혔다. 가축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닭·돼지가 막히다 보니 자원화 업체들은 곤충 사육 등으로 우회해야 하는 형편이다. 음식 쓰레기 전체 발생량 대비 사료화 비율도 2015년 44.9%에서 2019년 36.2%로 하락세다.
갈 곳 없는 사료·퇴비와 임시 보관하는 음식 쓰레기는 기약 없이 쌓여 간다. 그에 따른 악취나 침출수 같은 2차 오염도 문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퇴비나 사료를 만들어도 갈 데가 없으니 음식 쓰레기 불법 처리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이것들을 보관하다 새로운 환경 오염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자원화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불법 개조로 논란이 된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디스포저) 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에선 음식 쓰레기를 갈아서 하수도로 일정량 내보내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많은 자원을 지원해 비료·사료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다 처리장에 쌓여있다"며 "자원화 정책 대신 분쇄기나 음식물 처리 방식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리배출과 자원화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미화 이사장은 "국내 자원이 부족할 때는 음식 쓰레기로 사료나 퇴비 만드는 걸 장려했지만, 전염병 우려나 동물권, 농업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줄여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면서 "결국 분리배출 전 음식 쓰레기 자체를 감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음식쓰레기 무대책 언제까지?
하루 음식쓰레기 2만t 비밀…4분의 1은 먹기도 전에 버려진다
12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마트. 생선·정육 등 신선식품 코너에 있는 주방 한편에 200ℓ짜리 음식물 처리기가 있었다.
음식쓰레기, 12년 전 대책이 마지막…정부·지자체 관심이 없다
2만t을 넘어섰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선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켓서 안 팔린 음식, 프랑스선 못 버린다…해외의 음식쓰레기
음식 쓰레기는 모든 국가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줄이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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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t을 넘어섰지만 대부분 음식점에선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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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쓰레기는 모든 국가의 고민거리다. 하지만 줄이는 방식은 제각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