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즈는 10년 넘게 마약왕의 전속 사진사로, 그의 결혼식이나 생일잔치 같은 특별한 날과 평범한 일상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에스코바르가 세상을 떠난 지 28년이 지났지만, 메데인에선 콜롬비아를 공포에 빠뜨렸던 마약왕의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히메네즈는 ‘메데인이 배출한 거물’ 에스코바르의 양면성을 입체적으로 말해주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메데인은 80~90년대 세계 최악의 범죄 도시였다. 1991년에만 살인 사건이 6000건에 달했다. 최근 범죄율은 많이 낮아졌지만, 에스코바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정교한 조직범죄의 창시자로 여전히 악명을 남기고 있다. 히메네즈는 WP에 “에스코바르가 남긴 유산은 재앙”이면서도 “메데인 카르텔의 역사를 지우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범죄도 그 역사의 일부”라면서다. 그의 기억엔 총격과 폭력의 두려움에 떨던 이들과 에스코바르의 도움으로 가난에서 탈출한 빈민들이 혼재한다.
“에스코바르는 시대의 기록”
둘이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 히메네즈의 부모는 택시운전사와 재봉사였고, 에스코바르의 부모는 농부와 교사였다. 형제도 각각 6명씩 있었다. 학창 시절 에스코바르는 강렬하진 않았다고 한다. 당시 친구들 몇몇은 에스코바르와 친구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만, 에스코바르는 히메네즈를 사진사 이상으로 대했다. 그가 지불한 촬영비는 일반 수준의 3배가 넘었고, 가족 모임에 히메네즈를 초대해 메인 테이블에서 함께 파티를 즐겼다. 종종 축구 시합도 했다. 히메네즈는 “나는 에스코바르를 감히 쓰러뜨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지역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히메네즈에겐 늘 단골처럼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에스코바르는 좋은 사람인가요, 나쁜 사람인가요?” 그는 “메데인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남자의 더 완벽한 초상화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공개했다”라는 말로 답을 대신 했다. 그는 마약왕을 찍었던 그 시절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에스코바르가 똑같은 요청을 다시 해도 그는 응할 것이라고 했다. “저는 사진작가입니다. 나를 고용한다면 (누구에게든지)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