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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작전 '오시리스'…현상금 68억 마약왕 첫마디 "살려줘"

중앙일보

입력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군이 공개한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가운데). AF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콜롬비아군이 공개한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가운데). AFP=연합뉴스

수십년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약과의 전쟁은 끝날 수 있을까. 콜롬비아의 ‘마약왕’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50)가 23일(현지시간) 체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도 현상금 500만 달러(약 58억8000만원)를 걸었던 인물로, 콜롬비아 부부 접경도시 네코클리시에서 체포됐다. 미국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처음 기소된 지 12년 만이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지구 상에서 가장 무서운 마약 밀수업자이자 경찰의 살인자이자 어린이 집단 납치범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체포 작전은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다. 현지 언론 엘 티엠포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10년 넘게 도주하던 그의 은신처를 2주 전 파악했고, 22일 새벽,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동트기 전인 오전 5시께였다. 작전명은 고대 이집트의 신(神) 중 하나인 페라시온 오시리스.

헬리콥터 20여대와 무인드론 10대, 특수부대를 포함한 군대 수백명이 투입돼 강과 도로를 봉쇄했다. 도주로가 완전히 차단된 오토니엘은 한 농가 근처 덤불에 숨어있다가 다음날 오후 3시 발각됐다. 그의 첫 마디는 “날 죽이지 말라”였다.

“지구서 가장 무서운 마약업자” 현상금만 총 68억원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우스가의 체포를 두고 "1990년대 (사살된)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이은 21세기 최대 성과”라고 강조했다. 에스코바르는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매 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을 창설한 ‘마약왕’으로 전 세계 마약의 70%를 유통하며 부를 쌓은 백만장자였다. 1993년 경찰에 쫓기다 숨진 그는 2017년 영화 ‘에스코바르’의 실존 모델이기도 하다.

2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경찰이 언론에 공개한 마약왕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경찰이 언론에 공개한 마약왕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 AFP=연합뉴스

별칭 오토니엘로 불리는 우스가는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수 단체인 걸프 클랜의 우두머리다. 걸프 클랜은 마약 단체 중에서도 무자비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가디언에 따르면, 무장 세력 1200여명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극우 반군 출신으로 콜롬비아 32개 주 중 10개 주에 포진했다. 오토니엘은 코카인 밀수 혐의로 2009년 기소됐고, 인신매매와 아동 성추행 혐의도 받는다. 미 국무부는 2017년 오토니엘에 현상금 500만 달러를 걸었다. 콜롬비아 정부의 포상금 30억 페소까지 포함하면 68억원이 넘는다.

오토니엘은 형제 후안 드 디오스와 함께 좌파 게릴라 단체인 인민해방군(EPL)에 몸담았다가 전향해 우익 무장단체에 합류했다. 2006년 민병대가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자 오토니엘은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콜롬비아 북부 지역에서 마약 밀매 조직을 설립했다. 지하세계에서 세력을 확장해온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콜롬비아를 방문한 2017년 영상을 통해 대중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콜롬비아 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안했지만, 협정은 성사되지 않았다.

덤불 속 숨어있다 발각 “죽이지 말라”

23일(현지시간) 체포된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와 함께 사진 찍는 콜롬비아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체포된 다이로 안토니오 우스가와 함께 사진 찍는 콜롬비아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콜롬비아 정부는 1990년대부터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0년 새 코카인 재료인 코카 잎 재배가 58% 감소하는 등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코카 잎 경작지가 다시 늘고 마약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2016년 오토니엘 체포를 위해 아가메논 작전에 돌입해 조직원들을 붙잡고 자금줄을 압박했다. 오토니엘의 여동생 니니 요한나 우스가는 지난 3월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로 체포돼 미국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두케 대통령은 걸프 클랜의 붕괴를 선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우두머리를 체포했다고 마약과의 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콜롬비아 리스크 애널리시스의 세르히오 구즈만 디렉터는 “콜롬비아 최대 마약왕을 체포한 건 작지 않은 의미가 있지만 마약 전쟁의 방정식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오토니엘을 대신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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