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계속 늘리려면 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져 걱정이 많다.”(A대기업 임원)
“‘억지 악수’처럼 기업들 다니면서 청년 고용을 약속 받는 게 적절한 건지 모르겠다. 정권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 아닌가 싶다.”(B경제단체 관계자)
문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등과 오찬
‘청년희망ON’은 청년 일자리·교육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프로젝트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5월 취임 직후부터 추진했다. “정부는 맞춤형 인재 육성에 필요한 교육비용 등을 지원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직접 교육하고 채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윈-윈(win-win) 전략”(국무조정실)이라면서다.
이에 지난 9월부터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았다. KT(1만2000개)를 시작으로 삼성(3만 개)·LG(3만9000개)·SK(2만7000개)·포스코(2만5000개)·현대차(4만6000개) 등이었다. 6개 그룹이 약속한 청년 일자리는 향후 3년간 총 17만9000개에 이른다.
간접 지원 6만 개…실현은 ‘의문’
스타트업 육성(LG·현대차·포스코), 사회적기업 및 지역 청년활동가 발굴(현대차·삼성) 계획 등이 제시됐지만 실제 육성과 발굴이 언제 이뤄져 일자리가 생길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산학협력이나 계약학과·취업연계형 교육프로그램 운영도 여러 기업이 거론했지만, 이 역시 취업으로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가령 삼성그룹은 취업연계형 교육 프로그램 교육생을 연간 1000명 수준에서 내년에는 2000명 이상으로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 수료생의 취업률이 현재까지 77% 수준이다.
신규 채용 증원 약속도 ‘부담’
총수가 나섰으니…속으로만 ‘볼멘소리’
이 같은 상황에도 기업들은 총수가 직접 나선 이슈라서 언급을 자제한다. C대기업 관계자는 “회장이 나가서 약속한 사안이라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세부 계획은 바뀔 수 있겠지만 간접 지원을 포함해 청년 채용을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 오찬에 부른 것도 결국은 기업들이 (청년 고용) 잘하라는 메시지 제시인데 인센티브는 전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전 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이벤트를 벌일 때는 규제나 법인세 부담을 완화해줬다”며 “현 정부는 노동규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기업의 손발을 묶어 놓고 일자리 확대만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제계 인사는 “몇만 명을 직접 고용하려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숫자 알리기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숫자 집착보다 고용 인프라 확대해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려면 새로운 사업에 관련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