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꼽추 소설에 클로드 부주교가 있습니다. 에스메랄다를 보고 폭주하죠.” (김태형 심리연구소장)
“소장님! 삐이이이-! 으하하하.” (방송인 김어준씨)
지난 5일 방송된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중 ‘윤석열 심리분석’ 코너의 한 대목이다. 심리연구소 ‘함께’를 운영한다는 김태형 소장이 나와 20여분간 자신이 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설을 풀었다. 김 소장은 윤 후보를 ‘가짜 모범생’이라고 규정하면서 “가짜 모범생은 어느 시점에서 방아쇠가 당겨지면 폭주한다. 처벌 공포가 약화하는 순간 유혹이 들어오면 바로 무너진다”고 말했다.
뒤이어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속 악역을 윤 후보와 동일 범주 인물로 소개했다. “(가짜 모범생인) 클로드 부주교는 에스메랄다를 만나기 전까지 독실한 성직자이자 뛰어난 학자로 엄청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에스메랄다라는 집시여인을 보는 순간 그 다음부터 폭주한다. 그래서 가짜 모범생은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바로 이때 진행자 김씨가 끼어들어 입으로 “삐이이” 소리를 냈다.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김 소장이 ‘윤석열의 에스메랄다가 누구인지’ 등을 공개 방송에서 추가 언급하는 걸 막는 양 한 것이다.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 실명이 나오진 않았지만, 현장에 모인 청중 10명이 화자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한 듯 박장대소했다.
김 소장은 이어 윤 후보의 ‘개 사과’ 사건을 거론하며 “캠프에는 그런 짓을 할 바보가 없다”, “본인이 씩씩거리니까 누군가 달래주기 위해서 그런 것(개 사과 사진)을 줬을 수가 있다”고 후보 아내를 암시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장세동 같은 사람 잘 챙겨서 자기 세력 꾸린 것이 (윤 후보 같은) 권위주의적 행동의 예’라는 논리도 폈다.
편집본에선 실제 현장 대화 내용을 덮는 용도의 ‘삐’ 효과음이 여러 번 쓰였다. 김 소장이 윤 후보를 “권위주의적 성격”이라고 하면서 “이런 성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인 있죠. ***(효과음 처리).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다 아시죠”라고 말한 식이다. “동물의 세계에 보면 ***(효과음)”라며 윤 후보를 특정 동물에 비교하는 장면도 있었다.
심리분석? “질 낮은 인신공격”
유튜브·팟캐스트로 소비되는 ‘다스뵈이다’는 정규 방송과 달리 공식 제공하는 사후 대본(스크립트)이 없다. 도마에 오른 당사자가 생방송을 보거나 굳이 다시 보지 않는 한 방송 내용을 문제 삼는 경우가 적다. 보수 진영에서는 “그걸 우리가 뭐하러 보고 앉아있냐”(국민의힘 당직자)는 반응이 주다. 하지만 대선 주자 네 명 중 마지막으로 다룬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편(11월 19일)에서 일이 터졌다.
심 후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비판을 두고 김 소장이 “사적 욕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을 꺾어내려야겠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정의당이 “온갖 모욕과 명예훼손으로 얼룩진 편파방송”(배진교 원내대표)이라며 정면 반발한 것이다.
다스뵈이다는 심 후보를 “2남 2녀 막내딸이라 인정욕구가 강하다”, “성공욕, 명예욕, 인정욕구에 사로잡힌 인물” 등으로 평가했다. 강민진 정의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24일 라디오에 나와 “개인 심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심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방송이었다. 굉장히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김씨와 김 소장은 지난 12일 안철수 후보를 두고도 “(심리) 키워드는 갈등과 혼란이다”, “친구가 없을 수도 있다”, “(아버지에게) 알아서 긴 거다. 내면화된 복종”, “어릴 때 방치를 당한 것 같다” 등 인신공격성 말을 난사했다. 강 대표는 “예전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부인이 ‘이재명 후보는 소시오패스다’ 이런 얘기를 해서 민주당이 굉장히 반발을 했지 않느냐”며 “그거는 안 되고, 김어준씨가 하는 거는 괜찮나. 이건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했다.
수위 맞추는 김어준…“프로 사업가”
닷새 뒤 다스뵈이다에 김 소장이 등장했다. 2017년 대선 직전 ‘싸우는 심리학자’ 컨셉의『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책을 낸 김 소장은 앞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신파괴, 폭주”라고 공개 비난한 친여 인사다. 지난 7월 『2021·2022 이재명론』을 공동 출간해 이 후보 지지를 분명히 했다.
김어준씨가 치밀하게 의도된 각본 속에 라디오·유튜브를 계산적으로 넘나들며 여권 지지층을 움직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스뵈이다는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가기만 하면 개인 유튜브 구독자가 만 명씩 는다”(지방 초선)는 말이 돌 정도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 등 보수 유튜브 역시 극단적이고 원색적이라는 점은 같지만, 김씨는 어느 것이 선거법에 걸리는지 잘 알고, 채널에 따라 수위를 분별한다는 의미에서 프로 비즈니스맨”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달 30일 심리분석 1번 타자로 다룬 이재명 후보의 키워드는 ‘공익형 인간’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음모론을 주무기로 삼아 온 김씨가 흥행코드로 심리분석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 후보을 지원한다지만 가볍고 거칠고 편파적인 언행은 중도 확장이 시급한 이 후보에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