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돼 귀해진 것에 전설 같은 옛이야기가 없을 리 없다. 김중식 시인이 김요일 시인이 근무하는 문학세계사 출판사에서 바둑 두다 축구 얘기가 나온 게 출발점이었다고 한다. 두세 팀이 함께 공을 찼지만 결국 글발만 살아남았다. 믿기 어렵지만 초창기 글발은 강팀이었다(김상미 ‘글발! 詩발! 파이팅!’). 불러주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 주로 지역 문인이 관여하는 팀과 일전을 벌였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들고나는 사이 핵심 회원들은 노쇠해 요즘 글발 정신은 벅찬 상대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문인의 기개를 떨치는 쪽으로 흐른다.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서 흡연하는 ‘신기한’ 사례는 사라졌지만, 경기보다는 응원석에서 술추렴에 매진하는 장면을 어쩌다 볼 수 있는 것도 글발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사화집은 어느 쪽으로도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듯싶다. 수준 높은 서정시도 만날 수 있고, 시와 축구의 아리송한 함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시 작품과 산문도 들어 있다.
김경주 시인은 슬픔 혹은 슬픔의 극복에 관한 환상적인 작품(‘메아리’)을 선보였고, 박완호 시인은 축구공을 “모난 곳 하나 없는 둥근 성격”으로 그렸다(‘공에 관한 짧은 생각’). 박세라 시인은 산문 ‘글발 시인들은 마음의 밥이다’에서 여성 회원이라 공 찰 것도 아니면서 왜 글발 축구 모임에 참석하는지 스스로도 의아했으나 결국 글발 시인들이 책보다 더한 마음의 양식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니까 이들은 왜 공을 찬다는 걸까. 김중식 시인의 산문 ‘축구 선수 모집 공고’의 한 대목이다.
“‘고통의 축제’를 즐기는 이유는 스포츠가 취미가 아니라 중독이기 때문일 것이다. 몸이 시가 되는 축제랄까. 그에 따른 희생이 만만치 않으니 카니발리즘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