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증후군은 열등감에 반복적 거짓말 일삼는 증상

중앙일보

입력 2021.11.1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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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 인문학

영화 ‘리플리’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 사랑도 거짓말, 웃음도 거짓말.’ 이렇게 시작되는 김추자의 노래 ‘거짓말이야’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고 세간에 회자될 만큼 1970년대를 풍미했던 히트송이다. 노래 속에는 거짓말이란 표현이 25번 등장한다.
 
남녀 사이 거짓말은 다반사고 우리 일상생활 속에도 거짓말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남을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선의로 하는 거짓말이다. 남녀 간 거짓말은 그것이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한 예찬인지 뻔히 알면서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의 거짓말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어떤 행위보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은 자칫 파멸을 가져오게 된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도 워터게이트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숨기려고 한 거짓말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지금 모 대통령 후보는 ‘좌진상 우동규’로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데도 이들은 측근이 아니라 부하직원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 잡아뗀다. 국정감사장에서 우동규와 좌진상 사이의 통화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들었다”며 답변이 계속 바뀐다. 과거 변호사 시절 조직폭력배를 변호해 논란이 일자 “조폭인 줄 모르고 변호했다”고 둘러댄다.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란 말이 있다. 이 용어는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 발표한 『재주꾼 리플리씨(The Talented Mr. Ripley)』란 소설에서 비롯됐다. TV배우를 탤런트라고 부르는 것은 콩글리시다. 재능 있는 출연자는 모두가 talent다. 리플리 증후군은 성취 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게 되는 증상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이나 과도하게 집착한 결과로 난독증이나 감정조절장애와 같은 뇌기능에 이상이 수반된다.


소설 속의 리플리는 야망이 크고 머리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신분을 사칭하기도 하며 도덕관념이 부족하고 폭력성을 가진 청년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허언증(虛言症)과 매우 유사하다.  
 
아울러 이런 사람들은 수치심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자신의 말을 믿지 않으면 거꾸로 화를 낸다. 쿠팡 물류창고 화재 시 소방관이 고립돼 있다는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았지만 맛 칼럼니스트와 마주 앉아 순대와 떡볶이에 단팥죽까지 먹고도, “저녁도 못 먹고 화재 현장에 달려갔다”고 한 거짓말은 차라리 가벼운 변명이다.
 
전통적으로 선전의 기법은 나치의 괴벨스가 정립한 것이 아직도 유효하다. 나치즘과 공산당의 대중조작 전략은 매우 치밀했다. 공산당의 세 가지 전술전략은 선전, 선동, 조직화라고 할 수 있는데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서 감정에 호소한다. 적(敵)을 내세워 맹폭을 가하고 배신자, 매국노 등 속죄양을 설정하여 낙인찍기(name calling)를 일삼는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골라 쓰는 왜곡기법(card stacking)과 바람몰이(bandwagon effect)도 빼놓을 수 없다.
 
대선의 막이 올랐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Every citizen chooses a government that suits his or her level).”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Tocqueville)의 명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