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업체 온실가스 줄이려 폐기물 태운다지만…공기오염은?

중앙일보

입력 2021.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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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의 한 시멘트 공장. 국내외에서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감축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찬수 기자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건축 재료인 시멘트. 문제는 시멘트 생산 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시멘트 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5~8%를 차지한다. 전 세계 시멘트 생산 회사를 한 나라에 모은다면 중국(배출량 22%)·미국(11%)에 이은 배출량 3위 국가가 될 정도다.
 
국내에서도 시멘트 산업은 제조업 중에서 철강·석유화학 다음으로 많은 연간 36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시멘트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과제가 됐다. 세계 시멘트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줄이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멘트 제조 공정을 보면 온실가스를 줄이기가 절대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시멘트 제조는 소성로에서 석회석을 1400도 고온에서 구워 석회석 속의 이산화탄소를 날려 보내고 남은 칼슘으로 클링커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시멘트 1톤 생산할 때 1톤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발생량의 70%는 이산화탄소를 날려 보내는 화학반응에서, 나머지 30%는 연료를 태울 때 나온다.
국내외에서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하는 기술(CCS)을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폐기물 재활용으로 온실가스 268만 톤 감축"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시멘트 소성로 폐기물 처리 관련 토론회. 강찬수 기자

이 문제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시멘트 소성로와 소각장의 폐기물 처리에 따른 기후·환경 영향 평가 및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도 다뤄졌다.

이날 토론회는 (재)기후변화센터와 국회 안호영(더불어민주당)· 권영세(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과 한국시멘트협회가 주관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연간 5000만 톤의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시멘트 업계가 2019년 기준으로 폐기물 806만 톤을 재활용하면서 천연자원과 연료를 대체해 연간 26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원료를 석탄재·폐석고 등 폐기물로 대체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연탄 등 기존 연료를 폐플라스틱·폐타이어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시멘트 소성로 환경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 중인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교수. 강찬수 기자

배 교수는 "국내 시멘트 산업의 폐기물 재활용을 통해 소각 시설 대체 효과, 원료 사용 절감, 에너지 수입 비용 절감 등 연간 5031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폐기물 재활용을 확대하려는 시멘트 업계의 시도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에 마련한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도 시멘트 업체의 연료를 유연탄에서 폐플라스틱 혹은 폐합성수지로 전환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장 주변 대기오염 우려도 커져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 굴뚝 자동측정망으로도 모니터링이 되지 않는 오염물질 배출이다. [최병성 목사 제공]

문제는 폐기물 재활용이 늘어나면서 시멘트 공장 주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박현서 전주대 연구교수는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은 좋으나, 시멘트에 유해물질이 잔존하는 만큼 재활용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고온으로 연소한다고 해서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고, 산소 공급 부족으로 불완전 연소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3일 시멘트 소성로 환경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 중인 박현서 전주대 연구교수. 강찬수 기자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굴뚝 자동측정망(TMS)에서 먼지·염화수소·질소산화물 3개 항목만 측정하는데, 유럽연합의 7개 항목보다 적다.

소성로에 원료로 들어가는 폐기물 종류도 한국은 63종으로 잡다하다. 일본은 20종, 미국 34종, 독일 25종, 프랑스 17종, 스위스 13종이다.
대체 연료로 사용되는 폐기물도 일본 7종, 미국 18종, 독일 9종, 프랑스 11종, 스위스 8종인 데 비해 한국은 25종으로 많다.
그만큼 관리가 어렵고 유해물질이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시간당 118톤의 클링커를 생산하는 소성로와 시간당 2.5톤을 태우는 소각 시설을 비교하면, 일산화탄소는 1358배, 질소산화물은 104배, 황산화물은 149배에 이를 정도로 소성로의 배출량이 많다"고 덧붙였다.
 

소성로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기준 강화 필요

3일 시멘트 소성로 환경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상배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상근 부이사장(오른쪽). 강찬수 기자

김상배 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상근 부이사장은 토론에서 "소각시설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이 50ppm인데, 소성로의 경우 270ppm으로 느슨해 규제 형평성, 규제 합리성에 부합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21018년 업체별로 매출액 대비 미세먼지 배출량을 비교했더니 1~4위가 시멘트 제조사였다"며 "시멘트 업체의 폐기물 재활용 편익을 계산할 때 대기오염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강원대병원 환경보건센터장은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으로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국 폐기물을 특정 지역에 집중된 시멘트 공장에서 태울 때 지역주민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역학조사나 정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최병성 환경운동가(목사)는 "16년 전부터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소각하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시멘트 공장에서는 굴뚝 자동측정망(TMS)의 감시를 받지 않는 곳으로도 오염물질이 배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한국환경산업개발 매립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사이로 중장비가 오가고 있다. 쓰레기 산을 이뤘던 폐기물은 대부분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서 처리됐다. [중앙포토]

이창기 시멘트협회 상근 부회장은 "질소산화물 배출과 관련해 시멘트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부담금을 내기 시작했고, 연간 25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지역주민과의 상생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선택적 촉매 환원시설(SCR)을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은철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시멘트 업체의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내년에 관련 용역을 착수할 예정이고, 시멘트 제품의 중금속 함량 조사 항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실제 배출농도가 허용기준의 50% 이하일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을 면제해주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이 기준을 강화해  기준치의 30% 이하로 배출해야 면제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소성로의 폐플라스틱을 대체 연료로 사용하기보다는 물질 재활용이나 부가 가치가 높은 다른 분야에 우선해서 재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세균·곰팡이로 콘크리트 균열을 막아 내구성을 높이는 바이오콘크리트, 폐콘크리트에서 칼슘을 얻어 시멘트 제조에 활용하는 '탄산칼슘 콘크리트' 등 새로운 기술 도입을 통해 시멘트 산업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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