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훼손에 70년도 안걸렸다…지구 짓밟는 ‘인류 발자국’

중앙일보

입력 2021.04.22 05:00

캐나다 인공위성 정보분석업체인 콴들이 공개한 지구 위성사진. [콴들]

캐나다 인공위성 정보분석업체인 콴들이 공개한 지구 위성사진. [콴들]

22일은 지구의 날. 인류가 초래한 환경오염으로 신음하는 지구 생태계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자는 날이다.

1970년 미국에서 처음 지구의 날 행사를 개최했고, 올해는 51주년이다.

인류가 그동안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부담을 주고 있었는지는 지난해 전 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역설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코로나 19로 세계 각국의 도시가 봉쇄되면서 오염 배출이 줄면서 중국·인도의 하늘이 맑아지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석호의 수질이 개선돼 숭어 떼가 몰려들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오가는 배들이 사라진 운하가 적막하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오가는 배들이 사라진 운하가 적막하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위기도 잠시나마 한숨을 돌렸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간한 '세계 에너지 리뷰: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315억 톤을 기록했다. 전년의 334억톤보다 약 20억t가량 줄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덕분도 있었지만, 코로나 19 영향으로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하지만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5%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IEA는 경고하고 있다.

지구 육지 중 야생 지역은 19%뿐

미국 등 국제연구팀이 분석한 인류의 지구 토지 이용 상황(2017년). 붉은색 계통은 도시와 마을을, 노란색은 농경지를, 초록색 계통은 인간이 거주하는 삼림 지역을 나타낸다. 흰색이나 회색으로 표시돼 있는 야생지역은 전체 육지 면적의 19%에 해당한다. [자료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미국 등 국제연구팀이 분석한 인류의 지구 토지 이용 상황(2017년). 붉은색 계통은 도시와 마을을, 노란색은 농경지를, 초록색 계통은 인간이 거주하는 삼림 지역을 나타낸다. 흰색이나 회색으로 표시돼 있는 야생지역은 전체 육지 면적의 19%에 해당한다. [자료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78억 명이 넘는 인류는 전 세계 육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볼티모어 카운티 대학(UMBC)과 애리조나 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서기 2017년 현재 지구 육상 생물권(biosphere) 가운데 80% 이상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인구와 토지이용으로 인해 변형됐다"고 밝혔다.

즉, 육지 면적의 51%는 도시나 마을, 농지 등 고강도 이용지역으로 크게 변형됐고, 30%는 숲이나 건조지역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문명화된 지역'으로 분류됐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야생 상태로 남아있는 지역은 전체 육지 면적의 1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만 년 전에도 인류는 지구 대부분의 지역(4분의 3)에 퍼져 살았지만, 저강도 생활 방식을 수 천 년 동안 유지하면서 다른 생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심지어는 다양성을 증가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시대에 따른 토지 이용 변화. 서기 1800년 무렵부터 토지 이용이 가파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붉은색 계통은 도시와 마을을 나타내고, 노란색 계통은 농경지를, 초록색은 산림지역을 나타낸다. 흰색이나 회색으로 표시돼 있는 부분은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지역을 나타낸다.

시대에 따른 토지 이용 변화. 서기 1800년 무렵부터 토지 이용이 가파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붉은색 계통은 도시와 마을을 나타내고, 노란색 계통은 농경지를, 초록색은 산림지역을 나타낸다. 흰색이나 회색으로 표시돼 있는 부분은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지역을 나타낸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홀로세가 시작된 이후 지난 1만2000년 동안 인류의 토지 이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1800년대부터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시가 확대되고 집약적 농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대규모 광산 채굴과 삼림 벌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1950년대 '인류세' 시작돼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담은 NASA의 인공위성 사진.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담은 NASA의 인공위성 사진.

특히, 1950년대 이후 자원 이용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면서 환경위기를 불러오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학자들은 '대(大) 가속(Great Acceleration)'이라고 불렀고, 인류가 새로운 지질시대를 열었다 해서 1950년대 이후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류세'라는 용어는 오존층을 연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출신의 폴 크루엔 교수가 지난 2000년 처음 사용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은 '네이처 지구 환경 커뮤니케이션서'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인류가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를 열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 제시했다.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은 16가지 항목별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수치들을 열거했다.
몇 가지 항목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댐·저수지 건설로 전 세계 길이 1000㎞ 이상의 강 가운데 23%만 중단 없이 바다로 흘러든다. 2017년에 등록된 5만8519개 대형 댐(높이 15m 이상) 가운데 1950년 이후에 건설된 것이 88.6%다. 저수량으로는 1950년 이후에 지어진 것들이 95.7%를 차지한다.

▶1904년 미국에는 도시 외부 포장 고속도로 길이는 225㎞였는데, 오늘날에는 430만㎞로 늘어났다. 여기에는 206억톤의 모래·자갈이 소비됐는데, 중국 만리장성을 짓는 데 들어간 석재 6억톤의 34배다. 전 세계 6400만㎞의 고속도로 건설에는 2000억톤이 모래·자갈이 들어갔다.

▶대규모 광산 개발도 지구환경을 변화시켰다. 전 세계에서 연간 740억톤의 석탄(관련 폐광석 포함)이 채굴된다. 미국의 경우 1950년 연간 9억톤의 석탄이 생산됐는데, 2010~2015년 사이 6년 동안에는 85억톤(연평균 14억톤)으로 늘었다.

▶인류는 1750년 연간 9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배출량은 1850년 2000만톤, 1950년 53억톤으로 늘어났다. 2017년에는 361억톤을 배출했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4)의 농도는 1950년 1162ppb(10억분의 1)에서 2017년 1850ppb로 상승했다.

▶1950년까지 시멘트 생산량은 연간 1억3000만톤, 콘크리트 생산은 연간 10억톤 수준이었다. 현재는 매년 시멘트 40억톤, 콘크리트 270억톤을 생산한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는 탄산칼슘을 가열하는데, 탄산칼슘에서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인류가 남기는 발자국 실시간으로 파악

인간 발자국 지수로 표시한 육지의 개발 상황(2019년). 노란색으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이다. [자료: 환경 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인간 발자국 지수로 표시한 육지의 개발 상황(2019년). 노란색으로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이다. [자료: 환경 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UMBC 등의 연구팀은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이 거주하는 것 자체보다는 자원의 과잉 착취 탓"이라고 강조했다.

콜로라도 주립대와 미시간대학 등 미국 연구팀은 최근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공위성 이미지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머신 러닝 기법으로 '인간 발자국 지수(HFI, Human Footprint Index)'를 산정하는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인구밀도, 토지이용, 인프라 건설 등의 데이터를 제때 수집하기도 어려웠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HFI를 산정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들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을 적용한 결과 빠르고 정확하게 HFI를 산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00~2019년 사이 세계 119개국에서 HFI가 증가한 것으로, 즉 국가별로 생태계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76개국은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SDSS) 가운데 15번째 목표 달성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 각국은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했다.

SDGs 17개 목표 가운데 15번째 목표는 '육상 생태계(Life on Land)'로, "육상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보호·복원·증진, 숲의 지속가능한 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 황폐화의 중지와 회복, 생물 다양성 손실 중단"을 각국이 추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머신러닝 방식으로 산정한 인간 발자국 지수의 변화. 각 지점별 인공위성 사진(왼쪽 2000년, 중간 사진 2019년)을 바탕으로 2000년과 2019년의 인간 발자국 지수(HFI) 각각 산정한 뒤, 그 차이를 오른쪽 지도로 만들었다. 오른쪽 지도에서 붉은색은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을 의미한다. [자료: 환경 연구회보(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머신러닝 방식으로 산정한 인간 발자국 지수의 변화. 각 지점별 인공위성 사진(왼쪽 2000년, 중간 사진 2019년)을 바탕으로 2000년과 2019년의 인간 발자국 지수(HFI) 각각 산정한 뒤, 그 차이를 오른쪽 지도로 만들었다. 오른쪽 지도에서 붉은색은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을 의미한다. [자료: 환경 연구회보(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팀은 논문에서 "머신러닝을 통한 HFI 산정 기법은 육지 표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함으로써 2030년 SDG 15번 목표를 추구하는 데 지친 국가들을 돕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활동은 인류세 아래의 사회와 환경을 번영시킬 더 나은 정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류가 지구 생태계에 주름살을 지우는 상황을 거울에 비추듯 보게 되면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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