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시멘트 제조용 폐플라스틱 연간 170만t 태운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00:22

업데이트 2021.08.25 05:29

지면보기

종합 22면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중앙일보 연중기획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를 준비하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다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시멘트 제조업체의 소성로에서 처리하고 있는데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소성로는 유연탄을 태우면서 석회석·점토를 고온으로 구워 시멘트를 만드는 큰 가마다. 소각재나 철강공장 슬러그 등을 대체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폐플라스틱·폐타이어 등을 보조 연료로 쓰기도 한다.

환경부 폐플라스틱 통계를 보면, 매년 가정에서 재활용품으로 분리·수거되는 폐플라스틱·폐비닐 145만t 중 56만t이 재활용 안 되는 잔재물로 분류돼 전국 40여 개 시멘트 소성로로 들어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는 폐합성수지를 재활용해 만든 고형연료(SRF) 33만t 중 일부가 소성로로 들어가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석회석 굽는 보조연료로 들어가
유연탄 대신 사용 매년 증가세
불법 ‘쓰레기산’ 처리용으로 써
오염배출 위반 많아 대책 필요
시멘트 공장에서 굴뚝이 아닌 곳으로 먼지가 퍼지고 있다. 폐플라스틱 사용량이 늘면서 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최병성 목사]

시멘트 공장에서 굴뚝이 아닌 곳으로 먼지가 퍼지고 있다. 폐플라스틱 사용량이 늘면서 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최병성 목사]

경기도의 한 SRF 업체 관계자는 “SRF를 만들어도 쓰는 데가 별로 없어 시멘트 업체로 보내는데, 시멘트 업계가 단합이 잘 돼 이제는 반입료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2015년부터 생활폐기물 전처리 시설에서 중간 처리한 폐합성수지를 A 시멘트 업체에 보내면서 t당 7만7000원을 지불했는데, 최근 A 업체로부터 반입료를 8만8000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환경부에서 받은 별도 자료에 따르면 연간 800만t이 넘는 폐기물이 소성로로 들어가고 있다. 대체원료(63종) 636만t, 보조 연료(25종)가 170만t 들어간다.

주목할 점은 소성로에서 사용하는 보조 연료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5~2020년 소성로 대체원료가 534만t에서 636만t으로 19% 늘어나는 동안 보조 연료는 104만t에서 170만t으로 63%가 늘었다. 특히 2019~2020년 1년 사이에만 21%가 늘었다.

앞으로도 사용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1위 쌍용양회는 지난해 말 강원도 영월·동해 공장에 폐합성수지 활용 시설 규모를 연간 15만t에서 70만t 규모로 확장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4월 환경부가 한국시멘트협회에 보낸 ‘불법 폐기물 신속 처리를 위한 시멘트 소성로 확대 요청’이란 공문을 보면 이해가 된다. 경북 의성군의 ‘쓰레기 산’이 국제 망신을 초래하자 청와대까지 나서서 신속한 처리를 지시했고, 환경부는 시멘트협회에 ‘SOS 신호’를 보냈다. 20만t에 이르던 의성 쓰레기도 대부분 시멘트 업체에서 처리했다.

환경부도 시멘트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9년 B 시멘트 업체에게 폐플라스틱 연료 활용 기술(플라스마 소각장치) 개발 사업에 7억원을 지원했다. 2020~2021년에도 같은 업체에 오염방지와 폐플라스틱 소각 후 남는 폐기물 처리 관련 연구개발에 25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시멘트 제조사 보조연료 사용량

시멘트 제조사 보조연료 사용량

소성로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소성로의 환경오염 배출허용 기준이 소각시설보다 느슨하지 않다”며 “시멘트 소성로마다 굴뚝 원격측정장치(TMS)를 달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시멘트 공장 인근 일부 주민은 불만을 나타낸다. 장영신(70·여·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씨는 “폐기물을 싣고 C 시멘트 공장으로 오는 대형트럭이 2~3년 사이 부쩍 늘었고, 악취도 훨씬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오염 물질이 굴뚝이 아닌 곳에서 퍼져 나올 때가 많다”며 관련 영상도 제시했다.

업체가 TMS 기준을 지키지 못해 적발된 경우도 적지 않다. D 업체의 경우 TMS 기준치를 초과해 지난해에만 충북 단양군으로부터 개선 명령을 세 차례나 받았다.

한찬수 시멘트협회 홍보관리파트장은 “일부 주민들이 불편해하실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건강 피해 사례는 드러난 게 없다”며 “해외 업체에서도 오래전부터 폐플라스틱 등을 보조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나 별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입 유연탄 대신 사용하는 것이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고온에서 태우기 때문에 다이옥신 발생도 소각시설보다 적다”고 덧붙였다.

소각처리 업계에서는 “소각 물량이 시멘트 소성로로 집중될 경우 전문 소각업체가 도산할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소성로에서 처리할 수 없는 지정폐기물 처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반발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시멘트 업체가 처리 비용을 받는 만큼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과의 이익 공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차원에서 폐기물 처리량에 따라 공동기금을 갹출해서 주민을 지원하되 지자체 등도 참여해 기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부나 지자체도 주민 건강을 위해 TMS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현장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성로에 들어가는 폐기물 성분이 기준을 만족하는지, 굴뚝 아닌 곳으로 오염이 배출되지는 않는지 점검을 자주 하고, 필요하면 이동 대기오염 측정 차량도 공장 주변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