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환경 덕에 로토루아에는 독특한 음식 문화가 자리 잡았다. 항이(Hangi)가 대표적이다. 고기와 채소를 지열과 증기로 익혀 먹는 마오리족의 전통 음식이다. 크게 구덩이를 판 뒤 뜨끈하게 달군 돌을 촘촘히 쌓고, 돼지고기와 닭고기, 감자, 당근 등을 담은 나무 찜통을 올린 다음, 나뭇가지나 잎으로 열을 가둬 푹 익혀 먹는다. 조리시간은 보통 3~4시간. 마오리식 전통 슬로푸드인 셈이다. 대략 1000년의 역사를 헤아린다.
요즘은 뉴질랜드 전역에서 항이를 맛볼 수 있다. 오븐을 비롯해 가열 조리기구가 발달하면서 현대식 항이 조리법이 여럿 생겼다. 3년 전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 갔을 때는 항이를 내는 길거리 음식점도 목격했다. 주문하는 즉시 조리해내는 패스트푸드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단출한 노점이지만, 조리 방식은 전통 그대로였다. 셰프가 노점 옆에 큰 구덩이도 파놓고, 오픈 3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그날의 항이를 조리했다. 꼬박 3시간을 조리하는 길거리 음식. 뉴질랜드에서 난생처음 겪은 음식 문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