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반쪽’ 쪼그라든 유동규 공소장…‘위례 뇌물’부터 바꿨다
법원이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소명이 됐다”라고 인정했던 남은 3억원 뇌물 혐의는 대가관계가 모호해졌다. ‘위례’ 대신 ‘대장동’을 넣으면서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3월 남욱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區劃)계획도 니네 마음대로 그리고 다 해라.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나한테 던져라.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라며 “2주 안에 3억원만 해달라”고 먼저 요구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자 당시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가 정영학·정재창씨와 갹출해 돈을 마련한 뒤 2013년 4~8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룸살롱과 성남시 분당구 일식집 등지에서 유 전 본부장에 최소 5회 이상에 걸쳐 모두 3억5200만원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장동 사업이 실제 추진된 건 1년여 뒤 2014년 11월 공사 내부 전략사업팀을 신설한 뒤부터다. 심지어 같은 해 4월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당초 남욱 변호사가 추진하던 ‘환지(換地·도시개발구역 토지 대신 다른 곳 토지로 바꿔주는 것)와 수용의 혼합방식’이 아닌 ‘수용 방식’으로 도시개발을 추진한다는 대장동 개발 협약을 체결해 공표했다.
당초 검찰이 3억원을 위례 사업과 관련한 뇌물로 본 건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달 27일 자술서와 함께 돈다발 사진 등 증거자료가 근거였다.
유 전 본부장 측근이자 남 변호사 서강대 법대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47·전 성남도공 투자사업팀장)도 지난 9일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 역시 “3억원은 위례사업에 대한 도움의 대가”라고 명시했다.
“유 전 본부장이 업자들로부터 빌린 돈을 못 갚아 위기에 놓이자 남욱 변호사를 불러 ‘3억을 해줄 수 없냐’고 요구했고 남 변호사는 정재창·정영학과 함께 돈을 모아 성남시 정자동 아파트 유동규의 집으로 현금 3억을 들고 유동규 본인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유동규가 위례사업에 도움을 줘서 세 사람이 위례사업을 진행하게 됐던 걸로 알고 있다.”라고 적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뇌물은 물증이 없으면 대가관계와 공여자 진술의 일관성이 뒷받침돼야 하는 데 위례 뇌물도 되고, 대장동 뇌물도 된다는 식이면 유죄를 확신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수천억 배임 뺀 8쪽 ‘허술한 공소장’…이재명 구하기 결과?
대신 공소장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성남 분당구 소재 한 노래방에서 김씨에게 ‘그동안 도와준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하자 김씨가 ‘기여를 감안해 700억원을 지급하겠다’며 4가지 전달 방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유원홀딩스 주식 고가 매수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직접 수령 ▶김씨 수령 후 증여 ▶남 변호사의 명의신탁 소송을 통한 지급 등이다.
그런데 실제 김씨가 아니라 남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유원홀딩스와 관련해 35억원 지분 투자 약정을 맺고 20억원을 투자한 사실 등은 ‘700억 약속’의 진위와 관련해 밝혀야할 부분이다.
이를 두고 한 검찰 간부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녹취록을 위주로 공소장을 작성했지만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수사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출발점인 배임을 빼고 개인 비리인 뇌물죄로만 공소제기를 하다 보니 논리적으로 허술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