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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직서 써라, 다 박살난다"…그날 화천대유가 세워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사장이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참고인 신분 조사를 받기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가 설립되던 날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녹음 파일이 24일 공개됐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갑자기 사직서를 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사장 집무실 찾아온 ‘유투’…녹취록엔 “사직서 쓰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채혜선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 채혜선 기자

이날 채널A가 보도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 30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개발사업본부장 유모씨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다. 유씨는 ‘유원’으로 통했던 유동규(52·구속)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뒤를 이은 이인자라는 의미로 ‘유투’라고 불렸다는 게 공사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녹음된 내용에 따르면 유씨는 “사직서를 쓰라”고 황 전 사장에게 말했다. 이에 황 전 사장은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 “그거 써주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이라고 거부했다. 유씨는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써 주십니까”라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성남)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파일에서는 사직서를 쓰도록 압력을 넣은 배후도 언급된다. “당신에게 떠다미는 거냐”고 황 전 사장이 묻자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고 답했다. 대화 내용에서 ‘정’이라는 인물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자 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의미한다고 기사는 전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대화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은 12번, 정 실장은 8번 나온다고 한다.

황 전 사장 3월 11일 사직서 써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납니다”라고도 말했다. “제가 다시 타이프를 쳐올까요.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때를 놓치면”이라고도 했다. 유씨가 황 전 사장을 찾아온 2015년 2월 6일은 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2015년 2월 13일)하기 일주일 전이자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다. 이날 유동규 전 본부장 지시로 대장동 사업 담당 부서가 개발사업2팀에서 1팀으로 바뀌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의 사직서는 약 한 달 뒤인 2015년 3월 11일 처리됐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는 3월 27일 선정됐다. 황 전 사장이 사장 임면권자인 성남시장 측에 낸 서류에는 “황무성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해 의원면직 승인을 요청하오니 처리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황 전 사장은 이날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 “보도 내용이 대체로 맞다”는 취지의 문자 답변을 했다.

앞서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 개입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나중에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는 “대장동 개발은 유 전 본부장이 주도했고 그가 실세였다”는 취지로 취재진에게 말했다.

녹취록에 언급된 정 실장은 24일 중앙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런 일에는 항상 저를 파는 사람들 있다. 누구와도 황 전 사장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당시 성남시 실국 10여개 산하기관의 공약 사업에 관여했지만, 세부적 내용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황 전 사장 의견을 잘 들어줘 관계가 좋았다”며 “어떤 근거로 그런 억측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유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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