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종합하면 호건은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소셜미디어(SNS)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즉각적인 변화를 돕기 위해 페이스북의 민낯을 폭로했다.
아이오와 출신인 그는 과거 핀터레스트와 옐프, 구글 등에서 콘텐트 자동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한 IT 전문가다. 2019년 옮긴 페이스북에서는 정반대의 업무를 했다. 전 세계 선거 관련 정치 게시물이 플랫폼에서 어떻게 가짜뉴스를 만들고, 정치적으로 악용되는지를 조사하는 역할이었다.
“돈 좇느라 위험 콘텐트 눈 감아”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에 공익을 저해하고, 사회 불안과 불화를 조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와도 눈감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호건은 이런 내용을 WSJ에 제보했고, 이는 지난달 13일 ‘페이스북 파일’ 시리즈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페이스북 경영진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의 유해성을 파악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진행한 인스타그램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해 10대 소녀들의 불안과 우울증 및 자살 충동 조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런 사실은 고위 경영진을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까지 보고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측은 오히려 13세 이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인스타그램 개발을 진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신매매 악용도 지켜만 봐…가짜뉴스 삭제 주장은 거짓”
호건은 이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더 안전한 방식으로 바꾸면 사람들이 사이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광고 클릭 기회를 줄여 수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호건의 팀을 해체했고, 오히려 가짜뉴스를 방치해 성과를 낸 팀이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는 “페이스북은 증오, 폭력 및 가짜뉴스를 관리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전 세계적으로 인종 폭력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옳지 않은 것 알고도 일한 동료들에 연민”
그는 지난 4월 사직서를 낸 뒤 업무 전달을 핑계로 한 달간 머무르며 관련 내용을 수집했다. 강화된 보안으로 정보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직원이라면 누구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호건은 일부 직원들이 페이스북의 무책임에 목소리를 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보이는 증거도 발견했다며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동참해야 했던 동료를 볼 때마다 연민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페이스북의 연구와 운영 사안을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폭로는 미 사회와 정치권에 거센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은 거센 비판에 지난달 28일 13세 미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을 중단했다. WSJ의 보도에 대해서는 “우리는 잘못된 정보와 유해한 콘텐트 확산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상당한 개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상원에선 페이스북의 책임을 묻는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호건 측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페이스북이 투자자에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 등에 대한 고발장도 제출했다. 호건은 오는 5일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도 할 예정이다.
호건은 이날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한 일 때문에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더 싫어한다면 나는 실패한 것”이라며 “나는 진실과 화해를 믿는다. 우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문건 공개는 첫단계일 뿐”이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