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씨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이때 녹취 파일 19개를 제출했다고 한다. 정씨는 최근 2년간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 등 주요 주주와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의 대화를 녹음했는데, 이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영학씨는 과거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 특화된 회계 전문가로 주가를 올렸다. 정씨가 대장동 사업에서는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했고, 천화동인 5호를 소유해 600억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도 추정된다. 자금 흐름을 낱낱이 꿰고 있는 정씨가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자료를 만들었다면 불법에 연루된 관련자는 누구라도 혐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정씨는 증거 자료를 제출함과 동시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개발회사 씨세븐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전신 격으로 남욱 변호사는 당시 이 회사 대표로서 자금 조달과 지주 작업(땅 수용)을 맡았다. 또 정영학씨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산관리회사인 판교AMC 사내이사와 대표를 연이어 맡았다.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와 판교AMC의 관계가 현재 성남의뜰과 화천대유 관계와 유사하다. 원주민 이씨는 “2009년 민간 개발을 경험했던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2015년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 때 화천대유를 타고 다시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정영학씨가 사실상 ‘브레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이 검찰 수사 단계로 접어든 만큼 그가 “화천대유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정 회계사는 자금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제출했다는 녹취록 등이 (정치권 등에)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학씨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한 적이 있는 A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요직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복수의 공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정씨 추천으로 공사에 입사했다. 또 유동규 전 공사 본부장 직속으로 대장동 개발 공모 지침서를 만드는 역할 등에 참여했다고 한다. 요컨대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모 변호사(투자사업팀장)와 함께 대장동 사업의 실무작업을 주도한 것이다. 의혹에 대해 A씨는 “정 회계사와 과거에 같은 회계법인에 있던 것은 맞지만, 해당 법인에서 퇴사한 뒤로 정 회계사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공사를 압수수색했으니 조만간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