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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법 판결 전후…김만배, 권순일 8번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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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권순일(59·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이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질 즈음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만났다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주장했다. 대법원 출입기록 자료가 그 근거다. 지난해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같은 해 11월부터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최근 사임했다.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여덟 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 15일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인 6월 16일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방문 이틀 뒤(지난해 6월 18일) 대법관들은 전합 첫 심리를 열었다.

권 전 대법관은 당시 주심 대법관은 아니었지만, 전합 심리 과정에서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다.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에 대한 전합에서 무죄 취지로 별개 의견을 냈고, 회의를 거치며 권 전 대법관의 별개 의견이 다수 의견이 돼 전합 판결문에 반영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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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6일 대법원 전합은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심 선고의 생중계를 허용했다. 이 지사는 그 무렵 언론 인터뷰에서 무죄 파기환송을 기대하며 “정화수 떠놓고 비는 심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고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17일 김씨는 다시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앞서 2019년 7월 16일과 지난해 3월 5일, 5월 8일과 26일, 6월 9일에도 권 전 대법관을 찾았다. 전합 판결 이후에도 김씨는 지난해 8월 5일, 21일에 다시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권 전 대법관은 김씨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한 달도 안 된 9월 8일 퇴임했다. 이후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가 최근 사임했다. 그는 월 1500만원 정도의 고문료를 받았는데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김씨는 성남시장을 지내던 이 지사와 인터뷰한 기사를 2014년 7월 28일 출고한 뒤, 7개월 뒤인 2015년 2월 6일 화천대유를 설립했다. 같은 해 6월 15일 성남시는 화천대유가 속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전주혜 의원은 “김만배씨의 방문 일자는 이재명 지사 사건의 전합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 지사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2019년 2월께 법조팀장에서 부국장 겸 법조 선임기자로 발령되면서 10여 년간 출입했던 대법원 기자실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 이후 10여 차례 대법원을 방문한 적은 있다”며 “후배 법조팀장들을 만나거나,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권 대법관은 동향 분이라 전화도 하는 사이여서 인사차 3~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재판 관련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김씨 측은 “출입신고서에 해당 법조팀장을 기재하면 그가 출입구까지 본인을 데리러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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