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슬라, 전기차 이어 이번엔 '폐배터리 재활용' 경쟁

중앙일보

입력 2021.09.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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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배터리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1'에 전시된 삼성SDI의 패터리 팩. 연합뉴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경쟁이 불붙으면서 폐배터리가 환경파괴범에서 ‘금맥(金脈)’으로 바뀔것이란 기대가 높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싸고 수명을 다하면 환경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배터리 원가도 낮추고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어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폐배터리 소재 92% 회수 가능" 

9일 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의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이하 레드우드)이다. 이미 글로벌 전기차 1위인 테슬라와 손잡고 니켈ㆍ리튬ㆍ코발트와 같은 원재료를 회수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 7억 달러(약 82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받기도 했다. JB 스트로벨 최고경영자(CEO)는 “확보한 자금으로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고 북미와 유럽 등지에 신규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로벨 CEO는 2014년 테슬라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이후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면서 2017년 레드우드를 창업했고, 2019년 테슬라에서 나와 레드우드 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배터리 타입별 특징. [자료 NH 투자증권]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를 “테슬라 영혼의 일부”라며 비록 테슬라에서 독립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전기차의 발전을 위해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로 "전기차가 구동시에만 ‘탄소배출 제로’일 뿐 원자재 채굴과 제조ㆍ폐기 전 과정이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해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 해결을 위해 레드우드를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레드우드의 투자자 목록에는 아마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테슬라·VW, 폐배터리 공장 가동

테슬라 역시 폐배터리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공개한 연간 전략보고서 ‘2020 테슬라 임팩트 리포트’에서 “자체 리사이클링 기술로 폐배터리 소재의 92%를 회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기준 니켈 1300t, 구리 400t, 코발트 80t을 재활용했다”고도 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네바다 기가팩토리에 자체 배터리 셀 재활용 설비 1단계 설치를 완료했다. 이이 대해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릭은 “테슬라는 최대 원자재 생산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9월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폴크스바겐도 배터리의 원자재 회수율을 현재 60%에서 95%로 늘리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 초 독일에 배터리 재활용 관련 시험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헤르베르트 디스 CEO는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모터쇼에서 폐배터리 2차 임대를 통해 배터리 팩을 가정용 전력센터 및 급속충전기 등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차-SK, EV6 배터리 재활용 시동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기아의 EV6에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첫 적용한다. 기아와 SK이노베이션은 앞서 1년간 실증작업을 거쳤다. 기아는 폐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하고 SK이노베이션이 리튬ㆍ니켈ㆍ코발트 등 양극재용 금속자원을 회수해 전기차 배터리에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가아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페배터리 재활용 프로젝트를 첫 적용하는 EV6. [사진 기아]

 
김철중 SK이노베이션 전략본부장은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에도 이 프로세스를 적용해 친환경 모빌리티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높일 것”이라며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발생 및 국토의 환경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의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이면 연간 30GWh(아이오닉5 롱레인지 약 41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약 3000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2018년부터 호주 폐배터리 처리 업체 인바이로스트림과 새 배터리를 생산하는 순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LG과 제너럴모터스(GM)가 합작해 세운 얼티엄셀즈(Ultium Cells)가 캐나다의 리튬이온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 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인 성일하이텍 등 국내업체들과 협력 중이다.  
 

니켈 가격 추이. [자료 한국광물자원공사]

 

"2040년 87조 규모로 성장"

자동차ㆍ배터리 업체들의 움직임은 환경파괴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을 미리 방지함과 동시에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을 견뎌내기 위한 돌파구적 성격이 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생산단가는 30~40% 정도다. 그중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계열의 경우 리튬ㆍ니켈ㆍ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배터리 가격의 60% 정도 된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8일 기준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243%나 뛰었다. 니켈은 43%, 코발트는 60% 가까이 올랐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자동차나 배터리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광산개발 업체와의 제휴가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원자재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배터리 활용 사업이 활성화되면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낮춰 결과적으로 전기차의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24KWh급 배터리팩을 재활용하면 개당 약 900달러(약 105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72.6KWh)의 폐배터리 하나로 315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4000억원 수준이었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0년에는 12조원, 2040년에는 87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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