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 만들다 광산 찾는 테슬라…불붙은 배터리 내재화 경쟁

중앙일보

입력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자동차업체와 배터리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특히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주도권을 쥐기위한 자동차업체의 과감한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나 폴크스바겐은 배터리업체와의 협업을 넘어 배터리 소재 확보 차원에서 광물자원에 대한 투자까지 감행하고 있다.

배터리 원자재 광물 확보전 시작돼 

1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 지역의 리튬이 풍부하게 매장된 점토부지 1만 에이커(약 41㎢)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한 데 이어 점토광물에서 리튬을 선별 추출하는 신규 특허까지 출원했다. 테슬라는 또 최근 "미국 최대 리튬 채굴사업인 노스캐롤라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호주 광산업체 피드몬트리튬과도 5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중요한 원자재인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가 지난해 9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가 지난해 9월 22일(현지시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 참석해 배터리 생산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테슬라는 또 미국과 독일 등에서 배터리 자체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미 전기차 전문매체 테슬라라티는 "테슬라가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과 개발 중인 원통형셀인 4680셀의 완성도가 높아져 조만간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4680셀에 엄청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마지막 기술적 난제들이 언제 해결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이같은 배터리 원자재 확보나 배터리 자체 개발을 통해 2024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현재보다 56% 낮추겠다는 목표다.

자체 개발과 합종연횡 방식 병행  

테슬라뿐 아니라 전기차를 준비하는 자동차업체은 하나같이 배터리 자체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와 동시에 GM-LG에너지솔류션, 포드-SK이노베이션처럼 기존 배터리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703억 유로(약 100조원)를 투입해 배터리를 자체 개발·생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10년간 6개의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 300만대(100KWh 배터리 탑재)분에 해당하는 300GWh의 배터리 중 240GWh 배터리를 직접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를 위해 스웨덴의 노스볼트와 중국의 궈쉬안같은 배터리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3월 15일(현지시간) '배터리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는 파워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이 3월 15일(현지시간) '배터리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는 파워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코리아]

벤츠 역시 폴크스바겐에 이어 두번째 규모인 400억 유로를 배터리 내재화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벤츠의 올라 샬레니우스 CEO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자본 재분배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2025년 3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 역시 배터리 셀 자체 생산을 위해 뮌헨 인근의 파일럿 공장을 내년 말부터 가동한다. 도요타도 파나소닉과의 합작을 통해 "내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50% 낮춘 ‘반값 배터리’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제이콥 플라이슈만 협력파트너는 “완성차업체들이 2년 전만 해도 분명히 자동차업체라고 말했지만 이제 판도가 바뀌어 화학회사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대자동차그룹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차세대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시장ㆍ차급ㆍ용도ㆍ성능ㆍ가격별 최적화된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남양연구소에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ㆍ생산기술ㆍ배터리기술 등 3개 부문으로 확대하고 인력도 보강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장착한 전기차를 2025년 내놓고 2030년부터는 본격 양산한다는 목표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높아 폭발 위험이 적고 주행거리는 길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인도네시아에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기업과 해외에 합작법인을 세운 첫 사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LG]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생산 내재화에 나선다 해도 대규모 투자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 10년간 투자금액 약 22조원쯤 될 정도여서 당분간은 진입장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가톡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과정에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에 대한 인수ㆍ합병(M&A)도 활발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