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부담만 더 늘린 문 정부 8대 사회보험

중앙일보

입력 2021.09.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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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개선 위해 건보료 이어 고용보험료도 인상

용도 맞지 않는 돈 퍼주다 기금 고갈 위기 직면

지난해 세금 19조 투입 … 차기 정부에 빚 떠넘겨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연금 등 4대 연금과 고용보험·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을 합한 8대 사회보험 재정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난해에만 19조원의 세금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부 첫해인 2017년에 비해 무려 41.4% 늘어난 수치다.
 
사회보험은 자기 부담이 원칙이라 원론적으론 재정지원이 발생해선 안 된다. 하지만 문 정부가 시대에 맞는 제도 개혁은 뒤로 미뤄둔 채 인기영합적인 퍼주기를 지속하면서 변칙적인 정부 재정 투입은 점점 불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선심 쓰듯 불필요한 지출을 늘리느라 국민들은 당장 매달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기금 적자를 메우느라 미리 당겨쓴 돈에 이자까지 더해 갚아야 할 빚까지 추가로 더 떠안게 됐다.
 
8대 보험 대부분 재정 의존이 늘었지만 특히 고용보험과 건강보험이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이라며 2019년에 이어 또다시 보험료 인상을 결정했다. 임기 중 고용보험료를 두 번 올린 정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름은 재정 건전화 방안이지만 불필요한 사용처를 줄이는 식의 지출 구조조정 없이 일방적으로 가입자 부담만 1.6%(회사와 근로자 각 0.8%씩)에서 1.8%로 늘린 셈이라 사실상 증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부는 앞서 지난 2월에도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다 반발에 직면해 포기했었다. 7개월 만에 다시 인상을 결정한 건 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한 탓이다. 직장인과 기업으로부터 걷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정권 초기만 해도 10조원이 넘었지만 문 정부 4년이 지난 올해 말엔 4조7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나마도 차입금 7조9000억원을 제외하면 적자가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제도 유지를 위해 내년에도 1조3000억원을 더 빌려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핑계를 대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정권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운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고용 참사가 빚어져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한 상황에서 포용성장을 하겠다며 오히려 실업급여(월 하한액 180만원)를 최저임금(179만원)보다 더 많이 주는 등 방만하게 기금을 운용한 요인이 더 크다. 실제로 문 정부 출범 전까지 흑자였다가 이 정부 출범 다음해인 2018년부터 적자가 시작됐다. 원래 기금 목적과 무관한 청년 고용 장려금을 2017년 편입해 여기서만 4조원 가까운 돈이 나갔다. 게다가 고용보험과 무관한 청년정책 홍보비용까지 여기서 빼다 쓰는 등 불필요한 일에 낭비하며 재정을 고갈시킨 다음에 국민 주머니에 기댈 생각을 하니 너무나 무책임하다. 보험료가 오르면 기업으로선 비용이 늘어나고 직장인은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복지 수준에도 타격을 받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기겠다니 우려스럽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보장률을 높여 의료비 부담을 낮춘다는 명목의 이른바 ‘문 케어’가 2018년 본격 시행된 이후 2011년부터 줄곧 흑자이던 건보 재정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사이 국민이 부담하는 건보료는 12%(내년 1.89% 인상을 포함하면 14.2%)나 올랐지만 보장률은 고작 1.6%포인트 높아진 64.2%(2019년말 기준)에 그쳤다. 정부가 MRI 등 값비싼 진단비용을 지원해주며 ‘보장성 확대’라는 생색을 내느라 MRI 촬영 건수가 10배 이상 늘어났고, 결국 그 비용만 고스란히 국민에 전가된 셈이다.
 
국민연금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지율이 흔들려도 다음 세대를 위해 보험료율·지급액 조정을 했던 역대 정부와 달리 단 한 차례의 개혁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제도 개선은 외면하고 인기만 좇으며 국민 주머니만 바라보니 무책임한 정권이라는 비판마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