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자유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황당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가 비판하던 당시 신대철 자신의 공연(플랫폼창동61에서 열리는 서울 블루스 페스티벌 가운데 '블루스파워'공연)도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 발언 여파로 자칫 페스티벌 전체가 좌초될 뻔 했다. 혼자 하는 공연이라면 또 모르겠다. 자칫하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다른 수많은 뮤지션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에 그런 손해를 감수해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인지. 결국 신대철 혼자만 공연에서 자의 반 타의 반 하차하게 됐다.
신대철 발언을 들은 후배 뮤지션들과 공연 관계자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후배 뮤지션을 내세워 나훈아를 비판했지만 사실 후배들이 코로나 19 시국에 공연을 취소하는 이유는 자제력과 인내심이 남달라서가 아니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이냐. 단순하다. 지금 공연을 하면 극심한 적자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디 뮤지션 공연은 애초에 대단한 수익을 노리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대중 음악계에 가해진 코로나 19 방역 철퇴는 그 작은 수익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대중음악 공연=떼창과 함성'이라는 공식만을 확고하게 뇌리에 새긴 정부의 방역담당자 탓에 뮤지컬·클래식 등은 공연, 대중음악은 공연 아닌 행사로 구분되어 지난해 거리 두기 초기부터 대중음악 공연은 100인 이하 집합금지가 적용되었다. 그 결과 대중음악 공연계 매출은 지난 1년간 90% 이상 감소했다.
손해 불구 공연하려던 나훈아
이번에 화제가 되었던 나훈아 공연은 4000석 규모였지만, 해당 공연장은 원래 1만2000석까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였다. 공연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4000석과 1만2000석은 투입되는 돈의 자릿수가 달라진다. 1만2000석은 거의 대부분 상설 공연장이 아니므로 무대를 새롭게 세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들어가는 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예를 들어 300석 공연장의 대관료가 300만원이라면 1000석은 1500만원, 이런 식으로 껑충 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아무리 많이 팔아봐야 평소보다 표를 3분의 1밖에 못 파는데, 무슨 수익이 그렇게 대단히 나겠나.
이런 사실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적을 했더니 영상을 내리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아니. 영상을 내리면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영상을 내리지 않았고 결국 그는 나를 고소했다. 민사소송으로 꼼꼼하게 내 통장 압류까지 걸었다.
박원순의 시민단체 족벌화 작업의 작은 파편
신대철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후배 타령”의 반 만큼이라도 후배들을 실제로 챙겼다면 부실한 음원 유통 사업에 대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는 식의 변명이 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자칭 대변하고 있는 그 수많은 인디 뮤지션 중에 신대철이라는 인물을 실제로 본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은가? 신대철 씨, 마지막으로 본 후배들 공연이 도대체 언제입니까?
지금 음악인들이 뭘 하면서 먹고 사는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보안요원, 대리운전, 막노동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공연관계자, 무명 음악인들의 삶이 어떤지 안다면 감히 그런 말을 쉽게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지방의 무명 악사들은 코로나로 행사가 다 끊겨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알코올 폐인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나는 신대철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충분히 짐작은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맛집 탐방하던 황교익 같은 이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논란 이후 자진 철회)되는 것을 다들 보고 있지 않은가? 황교익의 최종 목적지가 경기관광공사였다면, 신대철의 다음 목적지는 2만 석 규모로 2024년 완공하는 서울 아레나였다. 그래도 황교익을 쓰려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채용규정을 미리 바꿔놓는 정도의 정성은 보였다. 그런데 신대철은 뭔가? 단순 추천만으로 자리를 꿰차고 앉아 관에서 만든 시설에 빨대를 꽂고 눌러앉아 있어도 아무 문제가 안 생길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그런 최소한의 수고조차 하지 않은 그와 그 주변의 안일함에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이 모든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어도 좋다. 나를 지지한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겠다”와 같은 전근대적인 방식이 대명천지에 통하는 세상. 이 장면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이미 치유하기 어려운 중병에 걸려있다는 확실한 증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