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화제품·EOA가 뭐길래?…석화업계, 새 먹거리 ‘찜’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1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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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탄소 포집·활용(CCU) 설비를 통해 탄산화제품을 생산하고, 건설업체인 DL이앤씨가 이를 건축·토목 사업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업계가 그동안 허공으로 배출하던 이산화탄소나 부산물을 활용해 친환경·고부가가치의 건축 소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탄소 배출을 줄일수 있고 친환경 건축 소재는 새로운 먹거리로도 삼겠다는 복안이다. 
 
16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석유 정제 부산물인 탈황석고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화제품을 생산하는 탄소 포집·활용(CCU)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내년에 우선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 연간 10만t의 탄산화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짓고, 향후 최대 6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탄산화제품은 시멘트와 콘크리트 등 건축 자재의 대체 원료로 쓰인다. 석고·석회 광산에서 석고와 탄산칼슘을 직접 채굴하는 것에 비해 환경 파괴도 상대적으로 적다. 향후 고순도 탄산칼슘도 공정 과정에서 분리 생산할 계획이다. 고순도 탄산칼슘은 종이와 벽지의 원료로 사용된다.
 

나무 1000만그루 맞먹는 탄산화제품 

오일뱅크는 CCU를 통해 정유 부산물인 탈황석고를 연간 50만t가량 재활용하게 된다. 탄산화제품 1t당 이산화탄소 0.2t(tCO₂)을 포집할 수 있어 연간 10만t 이상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 소나무 10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 양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배출 가스와 활용도가 낮은 부산물을 재가공해 쓸모 있는 제품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친환경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수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량 재활용하는 블루수소 사업 등 다양한 탄소 중립 노력도 하겠다”고 말했다.
 
오일뱅크는 최근 사내 공모를 통해 탄산화제품 브랜드를 ‘그린시움(greencium)’으로 정했다.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칼슘의 ‘cium’, 건축물을 상징하는 ‘um’의 합성어다.  
 
오일뱅크가 신규 생산하는 탄산화제품은 안정적인 수요도 이미 확보했다. 바로 DL이앤씨(옛 대림산업 건설부문)다. DL이앤씨는 오일뱅크 CCU 설비의 설계·시공을 맡는다. 탄산화제품으로 만든 친환경 시멘트를 공급받아 자사의 건축·토목(인프라) 사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이 상반기 전남 여수공장에 증설을 마친 건축용 고부가가치 소재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의 생산라인. [사진 롯데케미칼]

 
고부가가치(스페셜티) 건축 소재도 석화업계의 대표적인 신수종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여수공장에 건축용 고부가가치 소재인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의 증설을 상반기에 마쳤다. 에틸렌으로 만들어지는 EOA는 고층빌딩·교량·댐 등 대형 구조물 건설에 투입되는 콘크리트의 감수제(減水劑)로 쓰인다.  
 
EOA를 투입하면 30% 정도 물을 적게 쓰고도 콘크리트의 강도는 더 세진다. 콘크리트가 운송 중 잘 굳지 않게 만들어 장거리 이동을 가능케 하는 건축 소재다. 국내 최고층(123층) 건축물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할 당시에도 EOA가 대거 투입됐다.  
 
상반기 증설을 통해 여수공장의 EOA 생산능력은 기존 연산 13만톤에서 23만톤으로 늘어났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1위 자리를 굳히면서 세계 1위인 아오케(峡奥)화학을 뒤쫓고 있다. 
 

연평균 5% 성장 EOA 시장 노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장컨설팅업체 넥산트(NEXANT)에 따르면 EOA는 세계적으로 연평균 5% 이상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며 “용도에 맞는 제품 개발로 화학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납사(나프타) 등 주요 화학제품의 글로벌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건설·인프라 관련 화학제품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최대 수요지역인 인도를 중심으로 인프라 건설과 산업 활동이 재개되면서 하반기에는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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