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예쁜 쓰레기' 배신은 그만…화장품 용기에 눈돌린 석화업체

중앙일보

입력 2021.08.03 06:00

지난 6월 서울 신용산역 인근에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과 실질적인 재활용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신용산역 인근에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과 실질적인 재활용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를 책임져라”

서울 용산구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인근에 지난 6월 등장한 현수막이다. 화장품 용기는 흔히 ‘재활용계의 갈라파고스’, ‘예쁜 쓰레기’로 불린다. 용기를 예쁘게 만들려고 플라스틱 복합 재질을 사용하지만 재활용은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이 예쁜 쓰레기 해결을  위해 석유화학업계가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화장품 용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 10개 중 8개는 ‘재활용 불가’  

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재질에 따라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티렌(PS) 등으로 구분한다. 단일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은 분리 배출 시 재활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여러 소재를 섞어 만든 복합 재질(OTHER) 플라스틱이다.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리 수거해도 폐기물 선별장에서 매립 또는 소각된다.

화장품 용기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복합 재질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오염에 강하고 다양한 색상과 장식이 달린 용기를 만들기 위해 복합 재질 플라스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화장품어택시민행동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화장품용기 8000여 개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는 1238개(18.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화장품 업계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 최대 종합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 로레알은 2030년까지 제품 포장용 플라스틱을 모두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SK케미칼, 친환경 화장품 용기 상업화 

SK케미칼이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케미칼 리사이클 코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든 화장품 용기.[사잔 SK케미칼]

SK케미칼이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케미칼 리사이클 코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든 화장품 용기.[사잔 SK케미칼]

화장품 용기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자 석유화학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SK케미칼은 2일 용기 제조업체 우성플라테크와 손잡고 친환경 화장품 용기 상업화 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5억개의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우성플라테크는 LG생활건강,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 등 국내외 화장품 업체에 용기를 납품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우성플라테크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에코트리아 CR’ 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폐페트병 등을 분해해 순수한 원료 상태로 되돌린 뒤 고분자 플라스틱으로 재가공한 소재다. 이 소재로 만든 용기는 사용 후 페트병으로 분류해 재활용할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을 마친 플라스틱은 미세 이물질이 적기 때문에 화장품 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투명도와 색상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오는 9월부터 에코트리아 CT을 본격 생산하고 재활용 제품의 판매 비중을 2025년 50%, 2030년 10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LG화학, 공병 재활용 사업화

지난 1월 GS칼텍스가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GS칼텍스]

지난 1월 GS칼텍스가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GS칼텍스]

GS칼텍스는 올 초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매년 아모레퍼시픽의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재활용해 친환경 복합수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복합수지는 화장품 용기,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등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이다.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만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화장품 공병의 63%가 플라스틱”이라며 “2025년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용기 절반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달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이너보틀에 약 2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10%를 확보하고 화장품 용기 재활용 사업에 나섰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든 화장품 용기 등에는 자사의 친환경 제품 통합 브랜드 ‘렛제로’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폐식용유, 팜오일 등 재생 가능한 식물성 원료로 고흡수성수지(SAP), 폴리올레핀(PO), 폴리카보네이트(PC) 컴파운드 등을 만드는 등 친환경 소재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이 확산하며 친환경 소재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이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생산 품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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