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 일부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대한 자평과 백신 접종의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했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이 40일째 네 자릿수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줬다면서다. 특히 코로나19 극복은 방역과 백신 접종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백신 접종률이 지지부진한 데 더해 그동안 잘 버텨온 방역마저 흔들리면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접종 완료율 15% 겨우 넘어
남은 기간 매일 36만명 맞아야 가능
모더나 9~10월 공급 물량 불확실
18~49세 낮은 접종 동의율도 변수
백신 접종 상황은 더 안 좋다. 주요 선진국들은 접종 완료율이 모두 50% 안팎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62.3%, 영국 57.8%, 독일 54.1%, 미국 49.7%인 데 반해 한국은 15.1%에 불과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기존보다 한 달 앞당긴 ‘10월 내 국민 70% 2차 접종 완료’ 목표를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1차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 모두 10월 안에 2차 접종을 완료한다고 가정하면 우선 2222만 명이 접종을 마치게 된다. 국민의 70%인 3600만 명까지 1378만 명이 더 채워져야 한다. 2회 접종을 전제로 두 달 반 동안 매일 36만 명 이상이 맞아야 가능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백신만 있으면 하루에 36만 명씩 접종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백신 도입 물량과 접종 동의율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목표를 당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를 좌우하는 건 외부적 요인이다. 즉 백신 공급 상황에 달렸는데 좀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반기 주요 백신인 모더나의 수급 지연이 이어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모더나 8월 공급 물량(850만 회)은 반 토막이 난 데다 9~10월 물량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부스터샷 시동을 거는 것도 백신 수급에 불리하다. 이스라엘·영국·독일은 이미 부스터샷을 공식 도입했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 첫 부스터샷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한국은 아직 부스터샷 접종 대상과 시기를 검토하는 단계다.
하반기 주요 접종 대상자인 18~49세 연령층의 접종 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9일부터 ‘10부제’로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데 생년월일 끝자리가 9, 0, 1, 2, 3인 이들의 중간 집계 예약률은 60.4%에 불과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때문에 인구의 70%를 접종 완료해도 집단면역 형성이 어렵다는 건 계속해서 대두된 문제”라며 “정부가 현실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연초에 계획했던 수치에만 연연하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