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를 맞아 전기차에 내려진 특명이다. 전기차는 무겁다. 단적인 예를 들면 이렇다. 2265㎏(G80 전기차) 대 1965㎏(G80 가솔린 3.5터보 AWD). G80을 계승한 G80 전동화 모델은 공차 중량이 내연기관 모델보다 300㎏이 더 나간다. 전동화 모델이 내연차와 비교해 성인 네댓명 정도를 더 싣고 다니는 셈이다.
G80 전동화 모델의 보닛을 열어보면 휑하다고 느낄 정도로 비어있는 공간이 많다. 사실 전기차 대부분이 그렇다. 모터가 엔진을 대체하면서 트랜스미션(변속장치)은 쓸모가 없어졌다. 변속장치와 맞물린 오일펌프와 각종 장치도 사라졌다. 전동화로 내연기관을 이끈 각종 부품의 30%가 사라졌거나 사라질 예정이다.
그런데도 전기차는 ‘과체중’이다.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도 무게감은 확연하다. 현대차 코나 EV는 공차 중량이 1685㎏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선보인 볼트 EV도 공차 중량이 1620㎏으로 1.6t을 초과한다. 최근 출시한 투싼 하이브리드(공차 중량 1590㎏)와 비교해도 무겁다. 차량 크기만 놓고 보면 투싼이 한 체급 위지만 무게는 소형 전기차가 더 많이 나간다.
전기차 과체중은 수입차도 예외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한국 시장에 출시한 전기차 EQA는 공차 중량이 1985㎏에 이른다. 이는 내연기관 모델 벤츠 E300(공차 중량 1730㎏)보다 250㎏ 이상 더 무겁다.
전기차가 무거운 건 배터리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되는데 주행거리 400㎞일 경우 배터리 무게만 400~450㎏ 정도다. 배터리는 문자 그대로 금속 덩어리다. 리튬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이지만 어쨌든 금속이다. 여기에 알루미늄과 구리가 양극·음극에 각각 쓰인다.
양산차 기업에 전기차 감량이 화두로 떠오른 건 주행거리와 전비(전력효율)에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내연 모델 수준으로 감량에 성공하면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감량에 성공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주행거리를 현재 대비 10~20% 이상 늘릴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모델은 알루미늄 소재 등으로 감량에 성공했지만, 전기차는 이제 막 시작”이라며 “전기차 감량은 모든 자동차 기업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감량 나서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대비 부품 수를 줄일 수 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대비 30%가량 가볍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화학 업계도 감량 나서
화학업계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아 경량 소재 개발에 적극적이다. 자동차에는 강판과 함께 플라스틱 소재가 많이 쓰이는 데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무게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범퍼와 좌석 쿠션, 대시보드에 신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줄이는 경쟁이 한창이다.
국내에선 롯데케미칼과 SK종합화학·SK케미칼·LX하우시스·한화종합화학 등이 자동차 소재 경량화에 나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은 범퍼·대시보드에 쓰일 자동차용 고결정성 플라스틱을 개발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중형차를 기준으로 할 경우 신소재를 적용하면 무게를 최대 1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