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말車담] DNA부터 남다른 아반떼N…"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중앙일보

입력

아반떼N의 디지털 계기판. 최고속도는 시속 300km로 새겨져 있다. 강기헌 기자

아반떼N의 디지털 계기판. 최고속도는 시속 300km로 새겨져 있다. 강기헌 기자

시속 300㎞.

자동차의 유전자(DNA)는 공장을 나오는 순간 결정된다. 아반떼N 계기판에 기록된 최고 속도는 차의 모든 걸 말해줬다.(*실제 최고속도는 시속 250㎞다.)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처음 만난 아반떼N은 머플러 사이로 “킁” 하는 낮은음을 간간이 내뱉았다. 달릴 준비가 끝났다는 얘기다.

지난 3일 강원 인제 스피디움 서킷과 인근 국도를 아반떼N으로 달렸다. 2시간 남짓 이어진 시승 내내 최고출력 280마력의 플랫파워 엔진은 한순간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시승차는 이제 막 410㎞를 달린 새차였다.

달리기 준비하는 레브 매칭 인상적 

인제 산악 지대에 놓인 굽은 도로를 달리며 가장 인상적인 건 레브 매칭(주행 중 저단 변속 시 엔진 회전수를 조절해 부드러운 변속과 빠른 재가속을 가능하게 함)이었다. 8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는 스포츠 모드에서 다소 굴곡이 심한 코너를 돌 때도 3000rmp(1분당 3000회전)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산악 도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나서 가속페달로 발을 옮기는 순간에도 엔진은 치고 나갈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레브 매칭은 서킷 주행에서도 잘 구현됐다. 언제 어디서든 앞으로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차량이 온 힘을 다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반떼N의 바디는 단단한 조약돌을 연상하게 했다. 뒷좌석 바로 뒤에 위치한 빨간색 리어 스티프 바는 바디를 단단하게 잡아주며 굴곡이 적지 않은 인제 국도를 차체가 스르륵 치고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시속 80㎞로 회전하는 급회전 서킷 구간에서도 전륜과 후륜 모두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제 스피디움을 달리는 아반떼N. 운전 모드에 따른 차량 상태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사진 현대차

인제 스피디움을 달리는 아반떼N. 운전 모드에 따른 차량 상태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사진 현대차

두 번째로 인상적인 건 3가지 운전 모드(노말, 스포츠, N모드)에 따른 차량의 상태 변화였다. 운전 모드에 따라 차량 내부로 들어오는 머플러 배기음과 노면의 굴곡을 흡수하는 차체 강성이 달라졌다. 20초 동안 290마력을 유지해 차량의 최대 출력을 끌어내는 NGS(N 그린시프트) 기능도 탁월했다. N모드에선 엔진이 1.48t의 가량의 차체를 압도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DCT가 빠르게 변속하면서 치고 나갔다.

290마력 엔진에 브레이크 아쉬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브레이크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경 360㎜ 대구경 브레이크는 고출력을 모두 받아낼 정도의 제동성능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290마력까지 치솟는 엔진의 동력을 브레이크 시스템을 완벽하게 받아낸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브레이크 성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글자 그대로 “조금 더 답력이 좋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일말의 아쉬움이었다. 이렇게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현대차는 모노블록 브레이크와 19인치 단조 휠 패키지(355만~370만원)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아반떼N의 엔진룸. 280마력의 플랫 파워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벨로스터N 등에서 검증된 엔진이다. 사진 현대차

아반떼N의 엔진룸. 280마력의 플랫 파워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벨로스터N 등에서 검증된 엔진이다. 사진 현대차

시승 구간 내내 스피커를 사용하지 못했으나 음악 감상용 차량은 아니었으니 아쉽진 않았다. 주유구와 트렁크를 여는 레버 주변의 마감 상태는 옥의 티였다. 운전석 왼쪽에 위치한 레버는 바닥재 일부를 뜯어 욱여넣은 것처럼 보였다. 아반떼N은 다른 모델에 비해 주유 빈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센터페시아가 복잡한 것도 흠이었다.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산만하게 배치돼 고성능 스포츠카 컨셉트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스포티한 주행뿐만이 아니라 일상주행에 필요한 시트 열선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더했기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다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리 버튼을 디지털로 대체하면 어땠을까.

시승을 마치고 서울 방향 고속도로에 오르자 휴가 차량 등으로 거북이 걸음이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차들을 보고 있자니 현대차가 아반떼N을 출시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SUV와 대형차 선호에 아반떼와 같은 준중형 차량은 주차장처럼 변한 고속도로에서도 씨가 말랐다. 여기에 생애 첫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차량 구매력이 높은 50대와 40대는 각각 859만명, 820만명으로 800만명 이상이지만 30대는 676만명으로 130만명이 적다.

20대 673만명, 10대는 474만명에 불과하다. 10~20년 이후 자동차 소비를 주도할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생애 첫차로 준중형을 선택할 수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준중형 모델을 살릴 묘수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나아가 벨로스터N를 통해 검증된 고출력 가솔린 엔진을 사장시키지 않고 다시 꺼내 든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모터는 엔진의 대체재가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아반떼N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3272만(수동변속기), 3462만원(DCT)이란 가격표를 보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