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은 여름밤 캠핑장의 전등에 “타닥~탁” 소리를 내며 돌진하는 대표적인 곤충이다. 나선을 그리며 불빛 주위를 맴돌다 결국엔 불 속으로 뛰어들어 장렬히 산화한다. 왜 파멸을 자초하나 싶지만, 그 무모함은 인간 세계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권력을 향한 열망은 불을 향한 불나방의 본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권력은 한 번 맛보면 웬만한 절제력으론 끊기 힘든 유혹이란 점에서 마약과도 같다. 작은 권력에 취할수록 더 큰 권력을 탐하게 되는 것도 마약 중독자의 행보와 흡사하다. 으뜸은 정치권력이다. 냄새만 맡아도 끌림을 주체할 수 없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대선 정국에 ‘올드 보이’들만 득세
셋 다 쥐려는 건 인간의 탐욕일 뿐
문제는 대선은 개인의 입신양명이나 인정 욕망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삼기엔 너무나 중차대한 선거라는 점이다. 올드 보이들이 앞다퉈 자리를 선점하면서 정작 대한민국의 미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만한 참신한 인물, 캠프 내부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며 대안을 마련할 역량을 갖춘 인물, 후보에게 당당히 쓴소리하는 용기를 가진 인물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잇단 설화와 준비 부족 논란 등으로 곤경에 처한 후보들로서는 새 인물 영입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법도 한데, 굳이 올드 보이들을 불러모으는 게 진정 지지율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는 건지. 전혀 신선하지 않은데 본인과 캠프만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시대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들만 모르고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오죽하면 “레밍처럼 무리 지어 절벽을 향해 달리는 군상들”이란 홍준표 의원의 힐난이 SNS에서 화제가 됐겠는가.
돈, 명예, 권력.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장 갈망하는 세 가지 목표라지만 대다수 서민은 그중 하나도 못 가진 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니 하나만 가져도 만족하며 살고 둘을 가졌으면 감사하며 살자. 인간의 탐욕(pleonexia)은 파멸의 전주곡일 뿐.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대선후보의 캠프가 셋 다 손에 쥐려는 이기심으로 충만한 자들의 집합체여서야 되겠는가. 우리 사회도 이젠 돈과 명예와 권력만 좇는 불나방보다는 ‘꽃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좀 더 많아지는 세상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박신홍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