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방역과 백신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유효한 두 수레바퀴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바퀴 모두 펑크난 상태다. 펑크를 단순히 땜질만 할 것인지 타이어 자체를 교체할 것인지, 이제 선택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왔다. 그동안 방역은 검사·추적·치료의 3T(Test·Trace·Treat) 체제로 그런대로 잘 굴러왔다.
집단면역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경고 새겨듣고
감염 확산 우려되는 광복절 집회 자제 절실
‘위드 코로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 짜야
백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도 흔들리고 있다. 백신 생산국인 미국·영국을 비롯해 높은 접종률을 보인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서도 백신 접종 이후에 감염되는 돌파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백신 확보 전략 실패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한국은 백신 도입에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중 백신 접종률 꼴찌라는 암담한 처지에 놓였다. 백신이 부족할수록 고령자와 중증 질환자의 2차 접종을 신속히 마쳐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인데, 정부는 여전히 1차 접종률 확대에 집착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의 큰 판이 바뀌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선제적 대응은 고사하고 눈앞의 변화에도 신속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을 이끌었던 영국 옥스퍼드대 앤드루 폴러드 교수는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을 맡은 오명돈 서울의대 교수 등 국내 감염병 권위자들도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으로 시작한 코로나19가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풍토병처럼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유행을 계속하는 엔데믹(Endemic)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럴 경우 싫더라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전략을 검토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화자찬해온 K-방역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고언엔 귀를 닫고 자기합리화에 빠져 있는 듯하다. 백신 정책도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닫힌 태도로는 코로나를 ‘짧고 굵게’ 끝낼 수 없다. 오히려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길고 굵게’ 고통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차 대유행은 8월 말~9월 초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노총과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일부 기독교 단체가 8·15 광복절에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 정부는 새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혁신적 뉴노멀로 대응해야 한다. 방역과 백신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대수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