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전 11시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남북 간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하고, 개시 통화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끊어진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다.
북한도 오전 11시 5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남 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해 단절돼 있는 북남 통신연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을내짚을 데 대해 합의하셨다”고 밝혔다.
이날부로 4개 통신선을 통해 예전에 하루 두 차례씩 이뤄졌던 오전ㆍ오후 정기통화도 재개됐다.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통해 합의"
文 제안 '화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정전협정 체결일에…종전선언도 염두?
'탑다운' 재가동 신호…바이든은 회의적
"南 통해 美에 영향" 北 협상 전략일 수도
한ㆍ미 연합훈련 직전 시점도 의미심장
이와 관련,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 3주년 등을 계기로 친서를 교환,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한ㆍ미 정상회담(5월 21일)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에는 코로나19 등으로 당장 대면 회담이 어렵다면 화상 회담이라도 추진하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다음 수순으로 남북 정상 간 비대면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또 이날 발표는 마침 6ㆍ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68주년 기념일에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통신 연락선 복원 시점에 대한 특별한 고려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자연스럽게 종전선언에 대한 함의가 부각되는 이유다.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대북 정책 초점은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 2018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맞춰져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4차 정상회담의 호기가 될 텐데, 여기서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이 자연스럽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비핵화와 관련해 남ㆍ북ㆍ미 간 입장은 사실 달라진 게 없다. 이를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로 보거나 급진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은 이미 북한에 수차례 대화를 제안했고, 북한이 정말 대화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 연락할지 알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직접 연락할 수 있는데도 한국과 통신선을 복구했다는 것만 놓고서 미국이 진정성 있는 신호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통신선 복원을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는 협상력 제고 방안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판문점 및 공동연락사무소, 동ㆍ서해 군 통신선만 복원하고, 가장 핵심인 청와대와 국무위원회 간 핫라인 복원에는 합의하지 않은 것도 일종의 협상 전략 아니냐는 것이다. 통신선 복원 합의가 한ㆍ미 연합훈련(8월) 직전에 이뤄진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먼저 복원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양측이 협의한 결과”라고만 했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한국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통신선 복원에 앞서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지 못했다. 건립ㆍ보수에만 정부 예산 약 180억원이 들어간 건물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서해상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 한국의 공동조사 요청도 계속 묵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협의 과정에서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협의해 나갈 문제”라고 답해 북한의 사과는 없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런 기본적인 유감 표명조차 받지 못하고 사실상 무조건 합의한 건, 복원 필요성을 더 크게 느낀 건 한국 쪽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기 말 무리한 남북관계 개선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07년 10월 노무현 정부 때도 대선을 두달여 남겨놓고 남북 정상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혹여 북한이 한국의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무리한 남북관계 개선 추진은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