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문 대통령 가까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못지않게 책임이 크다. 수요와 공급 흐름을 거스르며 강화된 분양 및 재건축 규제부터 급격한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에 이르기까지 한두 달이 멀다고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 쏟아져 나올 때 홍 부총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사표 소동을 거듭했지만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 타이틀을 기록했다. 실패로 드러난 현 정부의 부동산 실무 정책이 그를 통해 현실화했다. 그 안에는 전세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임대차 3법도 들어가 있다.
107주째 전세대란…정부, 정책 성과 자랑
무주택 서민은 출퇴근 먼 곳으로 밀려나
지금이라도 반시장 정책 멈춰 실패 막아야
어렵사리 전세 계약을 갱신했더라도 2년 뒤 전셋값 대폭 인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신규로 전세를 구한 세입자는 이미 한꺼번에 4년 치 인상분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인데도 가격이 수억원씩 차이 나는 시장 왜곡이 만연하고 있다. 경제력이 취약한 무주택 서민과 젊은 층은 그나마도 구할 수 없어 출퇴근 거리가 먼 곳으로 끝없이 밀려나고 있다. 이런 전세 난민을 양산한 것이 이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이고 임대차 3법이다.
국민은 치솟은 전셋값에 절망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2.23% 올랐다. 직전 1년(2019년 6월~2020년 6월) 전셋값 상승률(1.29%)의 10배에 달한다. 서울 시내 2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는 최근 1년 사이 전세 실거래가(전용 84㎡ 최고가 기준)가 50% 이상 급등한 단지가 속출했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은 지난해 4월 4억5000만원에서 올해 2월 9억3000만원으로 전셋값이 ‘더블’로 뛰었다. 서울 강북에서도 60~70% 뛴 곳이 속출했고, 세종시(31.14%)와 울산(12.96%) 등 지방에서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이 와중에 임대차 갱신율 통계만 내세워 정책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건 국민 고통에 소금을 뿌리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을 농락할 시간이 있으면 이제라도 비현실적인 규제를 고쳐야 한다.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 철회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주택 투기를 막는다면서 조합원의 분양권 취득 요건에 ‘실거주 2년’을 추가한 억지 규제(지난해 6·17 대책)를 없애자, 일주일 만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이 120% 늘어나고 호가도 1억원가량 내렸다고 한다. 전세금만 올려 세입자들에게 고통을 안겼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관련 법 개정 막판에 해당 규제를 백지화한 효과가 나타나면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책 책임자의 사명감이 있다면 즉각 반시장 정책을 멈추고 시장 정상화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