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들 “영업이익을 모두 탄소국경세로 낼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00:02

수정 2021.07.1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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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국경세) 시행 법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모두 탄소국경세로 납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U는 시행 법안에서 탄소국경세를 2026년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혀 특히 철강 제품을 수출하는 포스코·현대제철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또 EU는 2035년부터 사실상 휘발유·디젤차를 팔지 못하게 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EU의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인 국내 기업들은 15일 “예상은 했지만 뾰족한 대처 방안이 없어 감내해야 할 영업손실을 추산해 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탄소세, t당 8만6000원 안팎 예상
“EU 회원국 사이 이해관계 달라
정부 협상 따라 피해 줄일 수도”

EU는 이번에 탄소세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2019년 제안한 2030년부터 t당 75달러(약 8만6000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최근 EY한영이 발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의 철강 EU 수출액은 약 3조3000억원(2019년)인데, 2030년부터 약 4000억원을 탄소국경세로 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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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기업은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쇳물을 만드는 현재의 고로를 가동한 지 40~50년 됐고, 현대제철은 10년 정도 사용했다. 100년 정도의 사용 연한이 거의 찬 주요 유럽 기업의 상황과 다르다.  
 
업계는 정부의 협상력에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 감축 정책에 따라 각 기업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은 “EU 회원국 간 이견도 있고 산업군과 지역에 따라 EU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향후 한국 정부의 EU 설득 과정에서 국내 산업의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EU 집행위가 탄소국경세와 함께 EU 27개 회원국에서 휘발유·디젤 신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도 파장이 만만치 않다. EU 집행위는 2030년부터 신규 차량의 탄소 배출을 2021년 대비 55% 줄이고, 2035년부터는 100% 줄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유럽 등 각국의 탄소 규제에 맞춰 사업 계획을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전기차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올해를 전기차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