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유산법’ 제정하고, 문화재청을 국가유산청으로 확대개편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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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유네스코 자연 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다. 사진은 거문오름 용암동굴. [사진 제주도]

이상 기온 등 기후 변화와 각종 자연재해로 인해 지구가 병들고 있다. 잘 보존해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자연 유산도 위험에 빠져 있다.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이미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을 채택해 인류가 다 같이 지켜야 할 ‘자연 유산’ 및 ‘문화 유산’ 그리고 이 두 가지 가치를 모두 지닌 ‘복합 유산’을 각국에 지정, 수호를 천명해 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형문화재 중심의 ‘문화재보호법’ 체계에 그쳐 자연 유산의 보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계 유산의 한 범주로 다뤄지고 있는 ‘복합 유산’에 대한 행정적인 배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1961년 문화재관리국의 출범으로 문화재 행정이 시작된 지 올해 60년을 맞아 문화재청이 다섯 차례 기획한 ‘문화재 행정 60년 미래전략 토론회’에서 ‘자연 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가칭 자연유산법)’을 제정하고, 보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자연유산원’ 신설 및 문화재청을 ‘국가유산청’으로 확대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속가능한 자연 유산’ 토론회
부처 간 업무 조율도 중요 문제
문화재청 ‘미래전략’ 10월 발표

지난달 29일 ‘일상 속에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자연 유산’이라는 주제로 열린 2차 토론회에 참석한 전영우(70)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장은 “60년 사이 국민소득은 300배가 늘었지만 소중한 자연 유산에 대한 관심은 그간의 물질적 발전에 훨씬 못 미친다”며 “자연 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법’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담당할 ‘사람’과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화재와 유산 개념의 용어적 혼돈을 정리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우선 일원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 위원장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 유산은 국내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1개뿐”이라며 “변화에 선제적으로 발 맞추는 ‘자연유산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자연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면 전세계에 우리 강산의 수려함을 널리 알릴 수 있고 궁극적으로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조율도 중요한 문제다. 전 위원장은 “부처 간 업무 조정 문제는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면서 “환경부는 자연 생태를 중심으로, 산림청은 자연 자원을 중심으로, 문화재청은 자연 유산을 중심으로 업무를 구분해 부처 간 조화롭게 진행한다면 국토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디지털 문화유산 대전환’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세 차례 더 진행한 뒤 ‘문화재 행정 60년 미래전략’을 수립해 10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