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이 책들과 독서피서
이기문 지음
김영사
요즘 크래프톤이라는 회사가 화제다. 배틀 그라운드라는 게임으로 대히트를 쳤다. 지난해 기준 모바일 가입자가 10억 명이고 연 매출은 1조 6000억원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이 회사가 제출한 총공모주식 수는 1006만230주,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45만8000원~55만7000원이다. 공모 자금은 최대 5조6000억원으로 2010년 삼성생명이 기록한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 공모액(4조8881억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업가치도 업계 1위 넥슨(22조2000억원)을 추월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결국 공모가를 내렸지만 크래프톤이 만루홈런을 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크래프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현직 기자가 2년 동안 취재해 분석했다. 창업자 6명 중 5명을 심도 있게 인터뷰했고, 회의록을 뒤졌다. 김상석 전 대표는 회사 e메일 계정을 통째로 넘겼다. 사실상 크래프톤이 직접 밝힌 회사의 역사와 성공 비결이다. 저자는 “무대 장막을 걷고 크래프톤의 본모습을 들춰낼 수 있었다”고 썼다.
책은 회사의 창업과 성장, 위기, 도약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541쪽으로 두터워 세세한 내용도 많다. 인력 스카우트를 놓고 벌어진 NC소프트와의 소송으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생긴 위기, 첫 게임의 실패로 구조조정을 겪는 과정, 경영진의 번아웃도 소개한다. 소주 한 병을 맥주컵 3잔에 따르고 사이다를 한두 방울 타는 이 회사의 사주(社酒)도 소개한다.
책의 핵심은 각 챕터 마지막에 나오는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의 메시지다.
▶조직은 하나 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자주 바꾸면 안 되지만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바꿔야 할 때도 있다.
▶투자는 믿음을 사는 행위다. 초기 투자는 창업자를 향한 믿음을 웃돈을 주고 사는 행위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능동적인 조직을 만드는 건 절차와 시스템만으로 부족하고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