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국내 최초 정유기업으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이 회사의 정체성을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 부문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2017년과 2019년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이번 스토리 데이에서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산업인 배터리 부문에 기반해 그린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 분할 소식에 주가는 8.8% 하락
배터리 수주 잔고, 글로벌 TOP3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수주뿐만 아니라)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현재 40GWh 수준인 생산 규모도 2023년 85GWh, 2025년 200GWh로 커져 2030년에는 500GWh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세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올해 흑자를 달성한 뒤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으로 이익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사업 자회사인 SKIET 상장을 계기로 현재 14억㎡인 분리막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우고 2025년에는 40억㎡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강화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리사이클 기반의 화학 사업 회사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연간 25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등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까지 확대하겠다"며 “2025년까지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등 전체 1조1000억원 규모 사업에서 친환경 사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에 대해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지만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분할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 주가는 8.8% 하락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이 물적 분할 형식으로 사업부를 분할해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부문을 100% 자회사로 두게 돼 일반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 자회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이 된다. LG화학 역시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분할 방식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관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