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다는 부부 동반 산행, 그것도 5년간 100대 명산으로

중앙일보

입력 2021.06.26 00:21

수정 2021.06.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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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름, 그 이상의 동행. 박충석 지음, 바른북스 

아내와 함께 한 100대 명산 마지막 산행지인 울릉도 성인봉. [사진 박충석]

부부가 함께 오래 살다 보면 무덤덤해지기 마련. ‘무뚝뚝’까지 더하면 최악이 된다. 대부분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일부 부부가 함께하면 안 되는 것. 운전, 골프 그리고 등산이다. 저자 부부는 30년 넘게 함께 살았고, 함께 등산한다. 저자도 인정한다. 사랑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라고. 그러나 함께 취미를 즐기면 잔잔하게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변한다.  

겨울, 민주지산. 탁 트인 산의 등골을 보고 기쁜 비명을 질렀다. [사진 박충석]

골프에 빠져있던 저자에게 등산에 빠질 기회가 생긴다. 어깨 회전근개 부상이다. 남편이 골프장에서 아이언으로 뒤땅을 칠 때(저자는 골프 실력이 탐탁지 않음을 책에서 고백했다), 뒷산을 넘나들며 '산뚜벅이'의 경지에 이른 아내가 권한다. "우리, 산에 갈래요?" 아내는 산행을 이끌어 준다.

전북 진안 나봉암에서 바라본 마이산 전경. [사진 박충석]

술과 담배에 절은 온몸의 독이 땀으로 분출되는 이상한 체험과, '위화도 회군'이라고 표현한 산행 포기에도 저자는 아내와 함께 5년간 100대 명산을 드나든다. 그리고 산을 통해 깨닫는다. '위대함은 꾸준함' '쉼표가 있을 뿐, 마침표는 없다' 등의 표현은 음미, 관조 그리고 완상이라는 등산의 본질에서가 아니면 나올 수 없다. 

도봉산 주봉의 위용. [사진 박충석]

이들에게 산행은 여행. 그래서 산 주변까지 곱씹는다. 100번째 행선지인 울릉도 성인봉. 그들은 다시 나란히, 천천히 걷는다. 베테랑 산꾼이건, 산린이(등산+어린이)이건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기록의 중요성도 일깨워 줄 테니까.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