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만명이 문신
대법서 의료행위 판결, 음지서 행위
돈 안주고 ‘신고하겠다’ 협박 손님도
합법화 법안 발의
류호정 의원 측 “자격 강화해 양성화”
의료계 “감염 등 국민건강 위협” 반대
부정적 이미지 벗어나
“자신을 표현, 볼 때마다 기분 좋아”
71% “인식 관대” 51% “타투법 찬성”
타투이스트 이루(30)도 “고등학교 졸업 즈음에 부모님이 타투이스트 되는 걸 반대하셨지만, 2010년대 중반쯤 되니 괜찮다고 하시더라”며 “타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18년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타투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9%가 ‘타투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많이 관대해졌다’고 응답했다. ‘타투는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라는 응답도 52.9%에 달했다.
최여정 문화평론가는 "2030이든, 4050이든 패션과 비주얼을 개성 있게 드러내기 위해 자신만의 타투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내 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커지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 "김홍도, 그림 '대장간' 속 인물에 문신 그려"
애초에 문신은 우리나라에서 금기의 문화였다. 조선시대에 형벌의 하나였다. 죄인의 얼굴, 어깨, 목 등에 새겼다. 자자형(刺字刑)이라고 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손상하는, 상당히 반유교적이면서 치욕스러운 형벌이었다. ‘판부사 허조가 아뢰기를 “고통은 태형이나 장형보다 더한데 어찌 자자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이가 70세 이상인 자와 15세 이하인 자에게는 자자하지 말라”고 했다(조선왕조실록 세종 11년 7월 30일)’란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 자자형은 결국 영조가 폐지(1740년)시킨다.
그럼에도 당시 사회 일각에서는 문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우동이… 방산수(方山守) 난(瀾)의 집 앞을 지나다가, 난이 맞아들여 간통하였는데, 정호(情好)가 매우 두터워서 난이 자기의 팔뚝에 이름을 새기기를 청하여 먹물로 이름을 새기었다(성종 11년 10월 18일)’는 기록도 있다. 타투이스트 남궁호석은 『한국의 문신』을 통해 김홍도가 그림 ‘대장간’ 속 일꾼의 목에 문신을 표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병자자(訃兵刺字)는 전장에 나가는 남정네의 부고 시 식별을 위한 '눈물의 문신'이었다.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문신이 있다. 점상(點狀)문신이다. 19세 중반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연비(聯臂)라는 표현으로 나온다. 점처럼 생긴 문신으로, 주로 팔뚝에 새긴다. 일제 강점기에서 1960~70년대까지, 주로 여성들 사이에서 결의와 우정을 다지기 위해 성행했다.
남궁호석씨는 “박정희 대통령도 점상문신을 새겼다는 기사(조선일보 1998년 1월 17일 자)도 있다”라며 “현재 80대 이상 고령자의 팔뚝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당시로는 베스트셀러 문신”이라고 말했다. '일심(一心)', '우정' 등 결의의 문신은 1970년대 이후 비행의 문신으로 바뀌었다. 형벌과 조폭. 문신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문신처럼 새겨졌다.
# 일부 고객 "돈 안 주면 불법으로 신고"
“문신(타투)에 대한 인식은 나아졌지만, 그래도 ‘까놓고’ 일하기는 께름칙해요.”
지난 23일, 타투이스트 김모(30)씨를 서울 갈월동의 한 거리에서 마주쳤다. 그는 “카페에서 일하는 투잡, 쓰리잡 타투이스트들도 있는데, 손님들 앞에서 타투를 드러내고 일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라고 했다. 민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심동희씨도 “숍을 옮기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주변 상가 사장님들에게 인사드리는 것”이라며 “혹시나 했지만, 다행히 우리 가게 직원들을 잘 대해주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작업이다 보니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타투이스트 이진경(26)씨는 “손님들 중에 제보를 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재작업을 요구하거나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타투이스트 김도윤(41)씨의 작품은 브래드 피트, 스티브 연 등의 몸에 새겨졌다. 그가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의 피고인석에 앉았다. 김씨의 혐의는 ‘무면허 의료행위.’ 그의 작업 장면이 올려진 유튜브 동영상을 본 시청자의 제보로 재판까지 간 것이다.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타투유니온’을 조직한 그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7일 이뤄진다.
# 외국에서도 한국만의 'K-타투' 인기
외국에서는 한국 타투를 찾고 있다. 타투의 장르 중 하나인 ‘파인 아트’는 한국만의 타투 스타일이다. ‘코리안 스타일’, ‘K-타투’라고도 한다. 심동희씨는 “1호 바늘을 이용해 세밀하게 터치하는 파인 아트 고급 기술을 배우려 외국 타투이스트들이 한국을 찾기도 한다”며 “하지만, 노동자로 인정 못 받아 세금을 낼 일도 없고 4대 보험 적용도 안 되는 직업”이라고 토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데이비드 베컴의 문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긴 팔을 입게 한 일본도 지난해 타투를 사실상 합법화했다.
한국은 외국인도 알아주는 ‘대중화된 불법 타투 시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정치권에서 아예 타투를 양지로 내보내자는 의견이 팽배하다. 21대 국회 들어서만 박주민(더불어민주당), 류호정(정의당)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타투 합법화 법안을 발의했다.
박주민·류호정 의원은 조만간 ‘반영구화장문신사법’을 발의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과도 의견을 나눌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는 타투 합법화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면역 질환, 매독 등을 유발하고 한때의 충동으로 평생 흉터가 남는 타투를 상업화해선 안 된다"며 "의료계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 문신업법(타투법)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시 ‘혼각’ 김지훈씨의 작업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받는 타투 라이선스는 국내에서 휴지 조각”이라고 했다. 전신 타투를 받은 손님의 등이 꿈틀거린다. 김씨는 “타투는 몸이라는 바탕에 디자인을 입히는 예술 행위”라며 “손님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타투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다시 손님이 꿈틀. 타투가 꿈틀댄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