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도 높은 ‘문화 단속’을 벌이는 듯하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K-팝(Pop)’에 대해 “악성 암(vicious cancer)”이란 딱지를 붙이고,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준석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고, 스위스 유학도 했던 김 위원장이 한류(韓流) 대중문화의 확산을 제어한다고 볼 수 있겠다. K-팝이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스타일, 말, 행동을 타락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만,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그는 ‘닫힌 문화’로의 퇴행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남북한 2030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
억지로 제어할 수 없는 ‘문화의 흐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권력에 의한 ‘대중문화 단속’이란 생각하기 힘든 일이 되었다. 우리의 시민의식은 그렇게 성장했다. 문화 단속을 향수처럼 기억하는 기성세대와 단속이 없어진 시대에 태어난 2030 세대 사이의 문화적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K-팝에 금지곡 딱지를 붙이는 과정을 거친 후의 북한도 남한이 그랬듯이 시민의식의 성장을 통해 열린 문화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려면 북한에도 70~80년대의 남한처럼 아침이슬을 부르는 일종의 청년문화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북한에 그런 문화가 존재하는가?
요즘 북한 젊은 여성들이 데이트 상대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세대다. 이념을 중시하는 세대의 연인 호칭은 ‘동지’였다. ‘동지’가 ‘오빠’로 바뀌며 나타날지도 모를 사회적 변화를 북한 지도층은 우려하는 듯하다. 손예진과 현빈이 주연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한가지 아이러니는 ‘사랑의 불시착’이 한국에서 일종의 이념 논란이 벌어졌던 드라마라는 점이다. 현빈 같은 미남 배우를 북한군 장교로 캐스팅함으로써 북한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전쟁을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에게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랬던 드라마가 북한에서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며 변화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니. 문화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