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국의 수출액이 507억3000만 달러(약 56조4624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5월 중 최고치를 달성한 가운데 이차전지, 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컴퓨터, 석유화학 등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국내 1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15대 수출 주력 품목에 대한 시장 전망을 조사했다고 8일 밝혔다. 그 결과 이차전지(22.0%), 자동차(13.6%), 반도체(12.0%), 선박(10.5%), 자동차 부품(9.4%)의 경우 당분간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특히 이차전지는 세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2024년 이후(40.0%)까지도 수출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경련, 1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대상 조사
“이차전지·자동차·반도체, 수출 호조세 계속”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며 내년 하반기까지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의 수출 규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D램 등의 수요가 늘며 내년 상반기(63.6%)까지 수출 증가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 호조세가 가장 먼저 꺾일 것으로 전망되는 품목은 컴퓨터(16.7%), 석유화학(15.4%), 디스플레이(12.3%), 바이오·헬스(11.1%), 가전(8.6%) 순이었다. 특히 바이오·헬스, 가전, 컴퓨터, 석유화학 등은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진단키트 특수를 누렸던 바이오·헬스 부문은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컴퓨터, 가전 등도 코로나19 수혜가 사라지며 수요가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향후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현재의 수출 호조세를 유지하기 위해 주요 수출국에 대한 정부의 통상여건을 개선(38.9%)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개선·세제감면 등 기업환경 개선(33.3%)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지원을 확대(27.8%)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출 실적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위기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미·중 패권갈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