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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살아나 살 만하니, 이번엔 컨테이너 대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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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치솟는 운임에 공(空) 컨테이너 구하기도 힘들어요. 중소기업은 머스크·MSC 등 대형 외항 선사의 선적 공간 잡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국제운임 1년새 3~7배 올라 #컨테이너값도 2000달러 뛰어 #물류비 부담에 수출 못할 판 #컨테이너 국산화 주장도 나와

미국·유럽으로 중소형 트랙터를 수출하는 A 기업 해외영업 담당 임원의 얘기다. 그는 “지난달 물량을 전부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으로 옮겨 공 컨테이너 부족은 해결했지만, 운임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동부까지 오션 프레이트(해상 운임)는 7000~8000달러지만, 도어 투 도어(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 물류비) 운임은 최대 1만3000달러까지 올랐다”며 “20만 달러짜리 트랙터 한 대를 수출하는데 물류비가 원가의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푸념했다.

상하이-유럽·미국 컨테이너 운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하이-유럽·미국 컨테이너 운임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천정부지로 솟은 컨테이너선 운임에 빈 컨테이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며 중소 수출 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물류중개업체 관계자는 “컨테이너 수급 차질이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수출을 포기하는 업체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알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동부까지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8475달러(약 946만원)까지 올랐다. 상하이-유럽은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5887달러(약 657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첫째 주보다 각각 3배, 7배 오른 가격이다.

컨테이너 운임의 고공 행진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 여파로 미국·중국 등에서 하역 작업이 지연돼 배 운항 주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미국 운항 주기는 코로나19 이전 7~8주였다. HMM 관계자는 “최근 미주 운항 주기가 2~3주 더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남부의 주요 항구인 선전 옌텐항이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폐쇄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컨테이너 가격도 급등하며 해운·물류 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로 발주하는 빈 컨테이너 가격은 1개당 4500달러(약 500만원)로 지난해 평균(2500달러)보다 껑충 뛰었다. HMM의 경우 지난해 10만TEU를 중국업체로부터 수입했고, 올해는 다음 달까지 총 12만TEU를 들여올 계획이다.

문제는 CIMC·둥펑·CXIC·FUWA 등 중국 업체가 전 세계 컨테이너 생산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어 한국으로선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해운·물류업계에서는 컨테이너 국산화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여건상 컨테이너는 ‘공공재’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권오경 인하대 물류학과 교수는 “지금은 생산 원가 때문에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지만, 정부가 일정 자금을 대면 국내 수급이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종합정책본부장 역시 “컨테이너선 배 자체보다 빈 컨테이너 부족이 더 심각하다”며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공적 자금을 일정 부분 지출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순 시설물인 컨테이너 제작에 정부가 돈을 대야 하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본부장은 “국내 제작은 효용성 있는 특수 컨테이너로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지금 당장은 정부와 기업이 나서 컨테이너 유통 개선책부터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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