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흔들리는 임대차시장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로 이미 전세 상당수가 월세로 바뀌고 있다. 늘어난 보유세로 인해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행한 임대차 2법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영향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13만5422건 중 반(半)전세(보증금+월세)와 순수 월세는 4만6031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에 달했다.
임대차 2법에 이어 신고제 시행
월세·반전세 10개월 새 6%P 증가
‘부모 찬스’ 쓰면 증여세 폭탄 우려
등록임대사업자 폐지까지 추진
‘깡통전세’ 늘고 물건 줄어들 수도
정부는 임대차신고 정보는 과세 목적으로 활용할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학렬 스마트큐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보유세 강화, 임대차 3법이 전세 위주의 기존 임대차시장의 구조를 뒤흔들고 있어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거대 여당이 추진 중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완전 폐지도 임대차시장의 구조 변화를 앞당길 전망이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다세대·다가구주택(이하 빌라)의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94년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임대료 인상 제한(5%), 임대 의무기간(10년) 등의 공적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 같은 혜택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일자 2018년 9·13 대책 이후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10 대책 때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 임대(8년) 제도를 폐지했다.
7·10 대책 이후 자동·자진 말소가 증가하면서 현재 남은 등록임대주택은 100만 가구 정도로 추정된다. 민주당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순차적으로 100만 가구도 등록임대에서 사라지게 된다. 임대사업자 의무 임대기간을 감안하면 오는 2031년 완전히 사라진다. 대부분이 서울·수도권 물량으로, 당장 이 집에 살고 있던 임차인은 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등록임대에서 말소되면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의 안전장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깡통전세(전셋값이 매매 시세에 육박하는 주택) 양산이다. 여당은 사업자 말소 후 6개월 이내에 등록임대 주택을 내다 팔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빌라 특성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깡통전세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깡통전세는 그 자체로 서민에게 위협이자 임대 물건 감소로 이어진다. 전국 가구 중 40% 정도가 민간이 공급한 임대주택에 사는데 민간임대의 핵심 축인 등록임대가 사라지면 집은 있어도 정작 전·월셋집은 없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등록임대 대부분은 다가구·다세대주택이고 여기서 사는 사람은 저소득층이나 주거비를 부담스러워하는 1가구”라며 “정부가 공공임대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등록임대가 사라지면 이들의 전·월셋집도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임대차신고제
서울 및 광역시, 세종시, 도내 시 지역에서 보증금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임대차 계약은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임대차 정보 공개로 주택임대차시장이 한층 투명해 질 것으로 기대한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