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들어선 ‘구찌 가옥’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시아 시장의 주요 거점인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강북 지역 첫 플래그십 스토어
한국의 ‘집’ 손님 환대 문화 반영
외관 파사드엔 상상의 소나무 숲
실내, 할머니·MZ세대 감성 아울러
색동 입힌 가방, 보자기 포장도
구찌의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강북 지역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구찌 가옥’은 이름부터 각별하다. 새로 오픈하는 매장은 ‘구찌 청담’ ‘구찌 나미키’ 등 해당 거리나 지역의 이름을 따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브랜드 처음으로 한국의 ‘집’이 내포하는 공간 문화의 상징성을 활용했다. 내 집을 찾은 손님에게 최선을 다해 대접하는 환대 문화를 반영해 방문객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매장을 표방한 것.
여기에는 구찌 한국 직원들과 이탈리아 본사 직원들의 오랜 시간에 걸친 긴밀한 협조가 숨어 있다. 다양성과 생기 넘치는 이태원의 감성과 한국 문화의 다채로움을 모두 담고 싶었던 한국 직원들이 ‘가옥’을 제안했고, 이탈리아 본사에서 받아들인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태원 특유의 독특한 문화와 한국 문화에 대한 존경을 담아 ‘구찌 가옥’을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했다.
오픈 전 티징 마케팅 단계에선 큰 행사를 치를 때마다 행운을 기원하던 ‘고사’ 콘셉트를 반영했다. 한국 팀이 고사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고사상 음식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사진을 보내면, 미켈레를 비롯한 이탈리아 팀이 ‘구찌 가옥’만을 위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 뒤 양국 간 수 차례 이견 조율을 거치는 방식이다. 덕분에 사과·배 등의 과일은 홀수로, 북어는 명주실로 감고, 초와 돼지머리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
구찌의 고사상 포스터를 본 한국 전통문화 전문가들은 “오방색을 활용해 한국적인 느낌과 젊고 발랄한 구찌의 느낌을 동시에 잘 풀어냈다”며 “예부터 고사상에는 붉은 팥 시루떡 판, 북어포, 웃고 있는 돼지 머리, 술 네 가지는 꼭 올라야 하는데, 붉은 시루떡 판을 비슷한 색의 한과로 대체한 것을 빼면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이미지를 준비한 것 같다”고 호평했다.
매장 오픈 당일에는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 컴퍼니’가 함께한 축하곡 ‘헬로 구찌’ 영상과 사물놀이 공연 영상도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서정민 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