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알코올과 골프
골프처럼 주로 9개나 18개 술집을 다니면서 한잔씩 하는 거니, 우리 식으로 하면 9차 혹은 18차다. 젊은이들의 학교나 회사에서 친목을 위한 게임으로 골프 의상을 입거나 골프 액세서리를 들고 가면 더 환영받는다.
미 ‘골프다이제스트’ 음주골프 실험
맥주 2잔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
4잔 넘게 마시면 흥분, 나쁜 결과
스코틀랜드선 위스키 마시며 골프
골퍼 파머·댈리 이름 딴 칵테일도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위스키를 플라스크에 넣어 들고 다니며 라운드 중 홀짝홀짝 마시는 일이 흔하다. 비바람이 잦아 날이 추울 때가 많아 그럴 텐데, 아마 이것이 펍 골프의 유래가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도 라운드 중 맥주를 마시는 골퍼가 많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캐디들의 아지트인 던비건 바에서 스코틀랜드식 폭탄주 ‘호프 앤드 호프’를 배운 적이 있다. ‘Half and half’의 스코틀랜드 사투리다. 우리말로 ‘5부 5부’로 비슷한데 잔 크기가 다르다. 맥주는 하프 파인트(285ml)이고, 양주잔도 우리 잔보다 두 배쯤 된다. 맥주와 양주를 섞지는 않는다. 양주를 ‘원샷’하고 맥주는 천천히 마신다. 화력은 핵폭탄급이었다.
프로 골퍼인 아널드 파머, 존 댈리의 이름을 딴 칵테일이 있고, 마스터스에 대한 헌사인 아질리아(철쭉) 칵테일도 있다. 골프와 술을 결합한 발명품도 꽤 된다. 안에 위스키를 넣을 수 있게 만든 가짜 골프공이 있다. 퍼터 모양의 파이프에서 생맥주가 나오는 캐디백도 있다.
한국 골퍼들도 술을 많이 마신다. 특히 9홀이 끝난 후 막걸리를 한잔해야 몸이 풀린다는 골퍼가 꽤 많다. 미국에서도 “알코올은 스윙을 위한 오일”이란 말도 한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2캔을 마신 후 골프 실력이 나쁜 C의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평균 76야드를 치던 드라이브샷 거리가 140야드로 64야드나 늘었다. 멀쩡한 상태에서 핀에서 평균 22m 옆에 떨어뜨리던 아이언샷을 14m에 붙였다. A는 맨정신에 5개 중 3개를 넣던 퍼트를 맥주 2잔을 마신 후 4개를 넣었다. 실험에 자문한 의사는 “술 2잔을 마신 후에는 희열감이 드는 시기이며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감을 없앤다.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4잔을 마시면 흥분기에 접어든다. 참가자들은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모든 퍼트를 다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 말도 많아졌다.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하는 시기다. 그러나 자제력을 잃어 입에서 욕을 내뱉기도 했다. 자칫 싸움이 날 수도 있다. 퍼포먼스는 실력자 A, B는 좋아졌고 C는 떨어졌다. 의사는 “흥분 상태라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 핀이 구석에 박혀 있는 등 긴장감이 큰 상황에서는 술을 마신 후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뇌의 밸런스와 지각 능력을 통제하는 부분이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거리 통제력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6캔을 마신 후 준프로 수준인 A가 “골프 클럽이 지팡이 같다”고 횡설수설했다. 참가자들은 공이 어디로 갔는지 잘 몰랐다. 자제심도 잃는다. A는 “잘 봐라.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내가 쫓아간다”고 큰소리를 쳤다. 의사는 “그래서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거리 조절이 안 되며 눈은 움직이는 물건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골프를 하기엔 너무나 섬세해,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각종 걱정으로 가득 차게 되고 슬라이스, 뒤땅, 토핑, 섕크 등 수많은 재난을 초래하는지도 모른다. 알코올이 도움될 수도 있겠지만, 선을 넘으면 훨씬 더 큰 고통이 온다. 골프 스코어뿐 아니라 교통사고 같은 진짜 재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