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실상 전량 소각…2조6722억 상당
자사주를 소각하면 사라지는 주식 수만큼 총 발행주식이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SK텔레콤의 현재 발행 주식 총수가 8074만5711주인데, 10.8%를 소각하면 남은 주식은 7206만143주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최소 12% 정도 상승할 수 있는 호재”라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14일 주주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회사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중간지주회사)으로 나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엔 주요 사업부를 계열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주주가치의 희석 우려가 낮은 인적분할을 택했다.
인적분할 이은 ‘기업 가치 상승’ 행보
하지만 SK텔레콤 시총은 24조8293억원(4일)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통신업 경쟁력 외에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대한 가치는 거의 반영되지 않은 셈”이라고 평가한다. SK텔레콤 측도 인적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11번가·티맵모빌리티·ADT캡스 등 주요 자회사를 분리하면 보유 지분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합산 가치가 30조원에 달할 것”이고 내다봤다.
“SK㈜과 합병 가능성 낮춘다는 시그널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이번 자사주 소각을 통해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두 회사의 기업 가치를 올려 SK㈜와 신설법인의 합병 가능성은 낮추겠다는 시그널로 풀이한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술적으로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신설법인의 가치가 상승하면, 이를 합병하는데 필요한 SK㈜의 지분율이 높아지게 된다”며 “SK㈜가 신설법인을 합병하기 위한 불리한 조건을 만들어 SK텔레콤 주주들에게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만으로 주가 반등 어렵다” 관측도
조명현 교수 역시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한 궁극적 이유가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족쇄를 풀어주려는 것”이라며 “결국 SK하이닉스를 보유한 신설법인이 SK㈜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아, 이번 자사주 소각이 SK텔레콤 주가에 큰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