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19일 오후 청와대에 다녀온 뒤 내부에 사퇴 의사를 밝히며 사과문 준비를 지시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규명위원장은 정무직이지만, 특별법상 임기가 보장되는 위원회(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 5명 등 7명으로 구성) 당연직이어서 자진 사퇴 말고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청와대 소환은 사실상 경질 통보인 셈이다. 이 위원장이 알아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조사 논란 보도된 뒤 20일 만
소식통 “청와대 소환, 사실상 경질”
이인람 “유족·국민께 송구” 사과문
그간 청와대는 “규명위의 결정에 청와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지난 2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며 천안함 재조사에 대해 선을 그어왔다. 지난 6일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예비역 대령)과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 등이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을 때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규명위는 독립기관이어서 청와대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사퇴하면서 “천안함 사건의 전사 장병 유족, 생존 장병들과 국민께 큰 고통과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냈다. 그는 “조사개시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른 절차라는 이유로 유가족들의 뜻을 세밀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며 “국군 장병들의 명예를 세워 드리지 못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말씀을 듣고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과 유가족 등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청와대, 국방부, 규명위 앞에서 천안함 재조사에 항의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 “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 “천안함 재조사 밀어붙인 위원장과 사무국장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물러나라”는 내용의 손 피켓을 각각 들었다. 국방부 앞에선 명예 회복을 위한 국민감사 청구 서명 운동도 함께 시작했다.
또 이날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와 생존자 전우회 명의로 공동 성명도 냈다. 성명에선 ▶규명위에 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천안함 폭침 주체에 대한 대통령 입장 표명 ▶국방부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국방부 장관 설명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요구사항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