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신상철의 천안함 재조사, 애초 규명위는 반려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06 05:00

업데이트 2021.04.0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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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에는 최원일 천안함 함장(현재 예비역 대령)이 서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에는 최원일 천안함 함장(현재 예비역 대령)이 서 있다. [뉴스1]

‘천안함 재조사’ 진정을 수용해 논란을 빚었던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당초 재조사는 ‘진정인 요건’상 안 된다며 진정인인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에게 반려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5일 나타났다. 관련 보도(중앙일보 4월 1일자 12면)로 뒤늦게 천안함 재조사 결정 사실이 알려진 이후 "정상적으로 진정이 접수됐다"고 했던 규명위의 해명과는 달라 또 논란이 예상된다.

진정 반려 후 이의제기 없었는데 접수 처리
"정상적으로 진정 접수" 공식 해명과 차이
사무국장, '천안함 조작' 댓글에 수긍성 답글

규명위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9월 7일 인터넷으로 진정이 접수됐고,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진정인(신 전 위원)에게 진정서 반려 공문을 보낸 게 맞다"며 "구체적인 발송 날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신 전 위원에게 발송된 진정서 반려 통보문에는 '관련법 상 진정인 요건이 안 된다'는 내용의 규명위 법무팀이 작성한 법률 검토 보고서가 첨부돼 있었다.

실무진의 법률 검토를 뒤집고 규명위가 신 전 위원의 진정을 최종 접수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신 전 위원이 공식적으로 진정 반려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는데도 접수 처리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규명위가 반려한 진정에 대해 다시 접수를 받아들이려면 반드시 이의신청을 통해 재논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건은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규명위 관계자는 "진정인의 이의신청이 없었던 것은 맞다"라고만 답했다.

‘천안함 재조사’ 논란 주요 사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천안함 재조사’ 논란 주요 사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명박·오바마 일당이 조작한 사기"

앞서 규명위는 숨진 천안함 장병 유가족과 생존 장병의 항의와 여론 악화에 따라 2일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 천안함 재조사 진정을 각하 처리했다. 이런 가운데 고상만 규명위 사무국장은 페이스북에서 '천안함 조작'과 관련한 댓글에 수긍하는 듯한 답글을 올렸다.

고 사무국장은 각하 결정이 나온 이튿날인 3일 페이스북에 "요즘 제 심정"이라며 크게 부러진 나무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물의 댓글 중에는 "천안함은 이명박과 오바마 일당이 사고를 사건으로 조작한 사기"라는 내용의 페친(페이스북 친구) 댓글이 붙었다. 이에 고 사무국장은 "서너개… 더 있습니다 ㅎ"라고 답글을 달았다. 다만 현재 해당 댓글과 답글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고상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2일 규명위가 위원회 긴급 회의를 소집해 신상철씨의 '천안함 재조사'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이튿날 페이스북에 크게 부러진 나무 사진과 함께 “요즘 제 심정”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왼쪽 사진) 이 게시물에는 “천안함은 이명박과 오바마 일당이 사고를 사건으로 조작한 사기”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고 사무국장은 “서너개... 더 있습니다 ㅎ”라고 답글을 달았다. (가운데와 오른쪽 사진) 현재 이 댓글과 답글은 비공개돼 있다. [페이스북 캡처]

고상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2일 규명위가 위원회 긴급 회의를 소집해 신상철씨의 '천안함 재조사' 진정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이튿날 페이스북에 크게 부러진 나무 사진과 함께 “요즘 제 심정”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왼쪽 사진) 이 게시물에는 “천안함은 이명박과 오바마 일당이 사고를 사건으로 조작한 사기”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고 사무국장은 “서너개... 더 있습니다 ㅎ”라고 답글을 달았다. (가운데와 오른쪽 사진) 현재 이 댓글과 답글은 비공개돼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이와 관련, 고 사무국장은 "(댓글을 쓴 사람은) 잘 모르는 사람이다. 1만7000명인가 (페친이) 있는데 일일이 어떻게 알겠나"라며 "개인 영역이다. 천안함 사건 때문이 아니라 개인사적으로 힘들고 고민스러워서 지나가다가 나무가 비틀어진 것을 보고 쓴 글"이라고 말했다.

고상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는 ‘한미연합훈련 중 발생한 사고’라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회자되던 음모론을 담은 것도 있다. 해당 댓글의 경우 신빙성을 더하려는 듯 당시 미 해군 장교의 발언이 담긴 방송화면 캡처 사진까지 함께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고상만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는 ‘한미연합훈련 중 발생한 사고’라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회자되던 음모론을 담은 것도 있다. 해당 댓글의 경우 신빙성을 더하려는 듯 당시 미 해군 장교의 발언이 담긴 방송화면 캡처 사진까지 함께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고 사무국장은 앞서 자신의 저서(『다시, 사람이다』, 2014년 7월 출간)에서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천동설'에 비유하며 "천안함 침몰 과정에 대한 진실은 과학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 살펴봐도 갖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이 의문을 신랄하게 제기한 사람이 바로 2012년 『천안함은 좌초입니다』라는 책을 펴낸 신상철 전 조사위원"이라고 썼다. 또 고 사무국장은 "의심할만한 근거를 가지고 언론과 방송을 통해, 또한 글을 통해 평화적으로 의심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신상철 위원은 형사 고소를 당했다"라고도 적었다.

"북한이 요구한 남북공동조사 수용해야"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했던 신 전 위원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판결에서 무죄를 받은 당일 인터넷 매체인 뉴스프리존과 인터뷰(2020년 10월 6일 보도)에서 천안함 재조사의 필요성을 피력한 적이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말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만나는 등 줄기찬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5ㆍ24조치의 근원이 된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 개선의 절대적 부담"이라며 "북한 측이 요구했던 남북공동조사를 수용하지 못하는 한 그 부담은 해소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판문점 회담에서 의제로 제기할 정도로 천안함과 자신들의 무관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가 남북공동조사에 응해 진실 밝히기에 나섰으면 한다"라고도 말했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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