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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천안함 좌초설' 아직도···대통령 직속위 또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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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부터 '좌초설' 등을 꾸준히 제기했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천안함 장병의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며 낸 진정을 받아들이면서다.

정부 '北 소행' 규정했는데, 의문사 규명 진정 #"관련 기록, 판결, 국방부 판단 등 확인할 것" #신상철, 진정 신청 자격 두고 내부서도 논란 #군 관계자 "명백히 결론 났는데, 저의 뭔가"

이미 정부가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사건을 군 의문사를 다루는 위원회가 다시 조사하고 나선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46명의 장병을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장병과 함께 '서해수호 55 용사'로 기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천안함 46용사' 추모비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천안함 46용사' 추모비를 참배하고 있다. [뉴스1]

규명위에 따르면 신 전 위원이 진정을 낸 것은 지난해 9월 7일이다. 규명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진정 접수 마감일이었던 지난해 9월 14일 직전에 진정이 몰렸는데, 그때 신 전 위원의 진정도 함께 접수됐다"며 "사전조사 결과 결격 사유가 없어서 지난해 12월 14일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사건이 적체돼 있어 해당 진정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관련 기록이나 판결 내용, 국방부의 판단 등을 모두 확인한 다음 위원회가 결론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진정인(신 전 위원)에 대한 조사나 숨진 천안함 장병 유가족의 의견 청취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를 지낸 신 전 위원은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합동조사단에 합류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외 전문가 71명과 국회 추천 위원 3명으로 합조단을 꾸렸다.

합조단 참여 이전부터 신 전 위원은 좌초설 등을 강력히 제기했다. 두 달여 뒤 정부가 "북한군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는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한 이후에도 그는 '천안함은 좌초했는데, 정부가 침몰 원인을 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계속해서 서프라이즈에 게재했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며 군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이 지난해 10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며 군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이 지난해 10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군과 합조단 관계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6년 2월 일부 게시물에 대해 유죄(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신씨가 허위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도 자극적이고 경멸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그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어서 공직자 개인을 악의적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선 무죄 판결이 났다. 당시 재판부는 게시글이 허위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비방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이같이 판결했다.

신 전 위원은 이 판결을 앞두고 규명위에 진정을 낸 셈이다.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규명위 내에서도 신 전 위원의 진정 신청 자격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한 소식통은 "관련 법률이나 시행령상 진정을 낼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조사한다는 결정이 났다"며 "이미 명백하게 결론이 난 사안을 다시 들춰보겠다는 저의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규명위 관계자는 "유가족이 아니라 해도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사람도 진정 신청 자격이 있다"며 "이번 건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군 내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저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얼마 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는데, 물밑에서 이런 조사를 시작했다니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규명위가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천안함 희생 장병에 대한 국방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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